“역경이 닥쳐도 최선을 다하고…하늘에 맡기는 자세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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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이 닥쳐도 최선을 다하고…하늘에 맡기는 자세로 삽니다”
  • 전만수(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1.05.13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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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오후 한가로워 보이는 국회 정원은 여름을 향해 초록의 옷으로 빠르게 갈아입고 있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본관 앞뜰을 지나 건물에 들어서니 장중함이 압도한다. 4층의 이 위원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았다. 여유로움을 한껏 발산하는 풍모다. 국제화 연수로 출국했다가 이틀 전 귀국했다고 한다. 바쁨이 듬뿍 묻어 있다.

바쁘신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비자를 위해서 하시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국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 작성이 주 임무입니다. 국회의원님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핵심내용을 요약하고 입법취지와 법 제·개정 효과 등을 정리 하지요. 해외 입법례와의 차이, 헌법과 타 법률과의 관계 그리고 법적, 정치적, 행정적 측면을 포괄해서 종합적 의견을 담아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의원님들이 추가 논의를 하여 법제 개편을 결정하지요. 두 번째로 중요한 임무는 국가 예산 결산에 대한 심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고 세 번째로는 국정감사에 대한 지원 업무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1명의 수석전문위원과 3명의 전문위원이 있다. 4명이 전문 분야별로 나눠서 역할을 담당한다. 대략 100여건 이상의 법안을 담당한다.

현재 계류 법안 중 주요 현안은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있습니다. 전월세 대란으로 이슈가 된 법안이지요. 일정금 이상 급등한 지역을 ‘관리지역’과 신고지역‘으로 지정하여 보증금의 상한율을 제한하자는 한나라당의 개정골자와 임대차 보장기간을 현행의 2년에서 4~6년으로 늘리자는 민주당안의 개정골자가 상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현실에서 악용 될 경우 임차인이 보호 될 수 있게 루프홀을 최소화하는 사려 깊은 입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시장의 목소리를 핑게로 전달하였다.

논란이 되는 북한 인권법 제정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북한과의 대화추진에 도움도 되지 않고 자극 우려를 들어 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요. 법안내용에 대해서도 통일부 산하에 기구를 만드는 것을 반대하지요. 유사한 인권기구도 많은데...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인권국가로서 위상에 걸맞게 상정해서 논의를 하자는 주장이지요” 당초 질문의 취지는 개인적 의견을 기대했으나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 하는 정치력을 보여 주었다.

부장판사 수임 에 이곳 국회로 오셨는데

“잘 왔습니다. 좋은 기회 입니다. 많은걸 배우고 있지요. 국회에 오기 전에는 국회의원들이 몸싸움만하고 법안심의도 소홀히 하며 지역구 현안만 챙기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개개인들의 훌륭한 면과 심도 있게 법안심사를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워낙 바쁘다 보니 아쉬움도 있지요. 판사의 판결도 개인의 재산과 인권에 중요하지만 법을 잘 만드는 게 더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의회 주권주의’, ‘입법 우선주의’의 강화가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경하지만 표현이 맛있다. ‘입법 우선주의’에 대한 부가적 설명도 친절히 해주었다. “제가 만든 용어인데요, 판례보다는 입법 근원주의에 충실 하는 것이 좋다는 뜻 이지요”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택하고 있는 재판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 하였다. 미, 영, 불, 일본 등 선진국이 택하고 있는 ‘상고 수리제(허가제)’의 도입으로 불필요한 업무로드와 행정 비효율을 재거해야 한다는 소신도 피력하였다. 실제로 대법원에서의 상고 기각율은 95%에 달한다.

기왕에 국회까지 왔으니 정치 할 생각은

“친구들이 활달하고 자상한 면이 있으니 정치를 해보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정치를 통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의원님들이 너무 부지런합니다. 젊고 참신한 인물이 정치 일선에 나서야지요. 또 돈이 많이 있는 사람이 해야 금전적 유혹에 초연할 수 있으니...저는 법원 판사가 천직이 아닌가 싶어요. 약정기간이 끝나면 복귀할 예정입니다” 2009년 9월 이곳으로 왔으니 현재 1년 6개월째다. 겸양의 원숙미까지 몸에 밴 이 위원은 필드형 정치적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이 위원께서 좋아하는 것들은

의외의 질문인지 잠시 공간이 흘렀다. 인터뷰의 주제가 ‘삶&꿈’임을 설명하고 가볍고 편한 생각을 구했다.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현안에 대해서 생각을 공유하며 토론하는 걸 좋아합니다. 등산도 즐기구요 또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습니다.” 정치적 소양이 물씬 묻어있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正義)란 무엇인가?’를 최근에 읽었습니다.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데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쓴 게 인상적 이였습니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끊임없이 화두를 던져주는 ...그리고 이덕일 씨가 쓴 ‘조선왕조 이야기’ 는 간간히 무릎을 탁 치기도 했던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 배울 수 없었던 왕조사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싫어하는 것 들은

“특별히 그런 것은 없는데... 너무 지방색을 강조하면서 합리적 토론 보다는 옹고집 스럽게 비합리적 주장을 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좌우명(座右銘)은

“다소 고리타분한 것 같습니다 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좋아 합니다. 역경이 닥쳐도 최선을 다하고...하늘에 맡기는 자세로 삽니다” 부지런함과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물씬 묻어 있는 좌우명이다.

미래의 꿈을 애기해 주시지요

“원래 대학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제도를 비교 연구하여 법률 선진국이 되는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공부하는 중간에 고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강연도 하고 학교에 강의를 나가는 것도 당초 가졌던 꿈의 실현 방법이지요” 이 위원은 법학 박사로 현재 단국대학교 행정 법무대학원에 출강중이다. “학교를 설립해서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신(新)민족사관학교 같은... 대륙별 또는 문화권별 세계 유수의 대학에 유학 시켜 현지화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국가를 위해 피드백 할 수 있는 그런 인재를 키우는 하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물론 전액 장학금으로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겠지요(웃음)” 몇 년 전 분당 어느 교회의 아프카니스탄 선교활동 과정에서 소통채널의 한계로 희생자가 발생되는 것을 보고 커뮤니케이션 네트웍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소박하지만 원대하고 위대한 꿈이다. 당연히 국가에서 민간을 통해 우회적인 정책으로 지원 해줘야 하는 사업내용이다. 멋진 꿈이다. 그림이 그려진다. 예감이 좋다.

법조인으로서 일반 법률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법관 생활 20여년 하면서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법률적 어려움에 봉착하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접근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브로커에게 당하고 실기하고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당하곤 하지요. 변호사협회나 개인변호사 사무실 또는 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법률사무소에서도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야 합니다” 아직도 법률시장은 일반 소비자에게는 벽이 높은 게 현실이다.

조기 유학파신데 고향에 대한 특별한 감회는 없으신지요

“초등학교 5학년에 서울로 유학을 왔습니다.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게 많지요. 부모님의 포근한 가슴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고향을 지키는 고향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요 고향에 대한 생각이 큽니다. 어제도 고향 초등학교의 체육대회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위원은 특별히 고향친구들에게 애착이 깊다. 홍성에서 개원하고 있는 김용태 치과원장, 서울에서 디자인 사업을 하는 김승완, 갈산농협에 근무하는 이원부, 갈산에서 천도횟집을 하는 신길섭 등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임기2년이 끝나면 법원으로 돌아가 입법현장 경험을 살려 더 사회정의 실현에 힘쓰겠다는 각오를 다짐하는 이 전문위원은 인터뷰 내내 국가와 사회 부조에 생각의 초점이 정조준 돼 있었다.

△영국의 사법제도 시찰차 런던 항소법원의 토마스 판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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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李榮眞 전문위원은 1961년 갈산면 상촌리에서 아버지 이석호 (2001년 작고), 어머니 이병완(80세)사이의 3남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이석호 씨는 갈산에서 최초로 자동차를 소유했던 유명 인사다. 차량넘버가 호칭이 된 일명 ‘249 아저씨’다. 이 위원은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일본 동경대학에서의 객원연구원을 비롯하여 영국 등에서 수학 했다. 제 32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이후 수원,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판사, 전주지법,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 2009년 9월부터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의 한계와 정교분리에 관한 연구’의 박사학위 논문 외에 다수의 연구실적과 단행본을 출판한 학구파다. 연세대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극동정보대학에 재직 중인 부인 윤영선(1965년생)교수와 1991년 결혼하여 슬하에 수민(고3)과 규민(중2) 두 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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