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으로만 남은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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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으로만 남은 카네이션
  • 황지수(홍주고2) 학생명예기자
  • 승인 2011.05.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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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빨간 카네이션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께 제일 처음 드린 어버이날 선물도 서툰 솜씨로 만든 종이 카네이션이었고 5월 초순부터 학교 앞이나 인적 많은 거리는 예쁘게 포장한 카네이션을 파는 노점상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않은지가 참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 이상 카네이션을 만들지 않고 꽃집에 가서 카네이션 한 송이를 사기에는 왠지 번거롭게 느껴지니….

어버이날이면 사람들은 불경기에 얇아진 지갑걱정을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은 때에 맞춰 어버이날 특별 선물세트 광고로 시야를 화려하게 장식해 부담을 늘린다.

부모님들은 우리가 까치발로 달아드렸던 볼품없는 카네이션 하나에도 안면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다. 카네이션 자체에 감동하고 기뻐하신 게 아니라 자식이 달아준 작은 정성에 기뻐하셨던 것이다. 거창하고 화려한 포장도 안에 진심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면 부모님을 정말로 기쁘게 해드릴 수 없다. 어버이날은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그 무한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는 날이다. 부담을 가지고 무슨 선물을 살지 고민하고 주위의 거창한 선물들에 기죽기 보다는 어떻게 부모님께 진심을 담아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지난 5월 9일 어버이날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목을 매 자살한 노부부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뉴스를 보는 내내 가슴이 무척 아팠다. 부모님들은 자식을 기를 때는 모든 걸 다 해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다 기르고 나서도 더 해주지 못한 것들에 한이 남아 계속 미안해하신다. 또 한 해 두 해가 지나 얼굴에 주름살이 늘고 몸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면 혹시라도 자신이 자식의 길에 짐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따라 느신다. 그게 바로 우리의 부모님이다. 요즘 우리에게 부모님의 존재는 박완서 시인이 수필집에서 말했던 것처럼 ‘솜이불 한 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춥고 시린 날이면 꺼내서 덮을 수 있는 솜이불 한 채....

나 역시 이번 어버이날에 결국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고 부모님의 가슴에 붉은 진심도 달아드리지 못했다. 생색내듯이 내민 색색의 카네이션 한 다발이 다 일뿐.

내년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딱 두 송이 살 계획이다. 붉고 싱싱한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 가장 가까운 쪽에 달아드리며 그동안 내가 부모님 마음에 들인 검푸른 멍 자국을 살포시 가려드릴 생각이다. 그리고 괜한 쑥스러움에 말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백화점과 대형 상점의 배만 불리는 어버이날이 아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5월 8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에게 카네이션이 그저 상징이 아닌 정성어린 마음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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