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촛불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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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촛불 심상치 않다
  • 서울 한지윤 기자
  • 승인 2011.06.0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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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공약했다가 왜 이러나?


촛불이 다시 켜지고 있다. 이번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의 항쟁 대상은 등록금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는 갈수록 참가자들이 늘어나면서 제2의 광우병 촛불 사태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예상까지 낳고 있다. 이번 등록금 시위는 분위기 면에서 2008년 촛불 시위를 많이 닮았다. 학생들이 먼저 시위 공간을 열었고, 일반 시민들이 결합하는 모양새다. 2008년에는 중·고생들이 먼저 청계광장에 촛불을 밝히고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결합했었다. 전통적인 운동권 조직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촛불집회의 분위기를 밝게 만든 중요한 원인이었다. 2011년도 비슷하다.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자 부채감을 느낀 30~40대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누리꾼 단체들이 결합하고 있다. 또 지난 1988년 6·10항쟁 때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넥타이 부대가 지원했듯이, 30~40대 일반 시민들도 지금 대학생들의 집회에 동참하며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나오는 구호와 발언을 보면 그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대학생 다 죽는다,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와 ‘촛불아 모여라, 이명박 정부 심판하자’ 등이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요즘 등록금이 정말 미쳤다. 해도 해도 너무 비싸고 매년 너무 많이 오르고 있다”는 글을 썼다. “딸이 둘이고 둘째가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두 녀석 모두 대학 다닐 때 정말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 시장인 제가 이 정도인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오죽하겠는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2011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에서 58억여원을 신고했다. 이 정도 재산을 가진 사람이 딸 둘 대학 졸업시키느라 허리가 휘어졌다니, 보통 한국의 부모들은 이미 허리 다 부러지고도 남았다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항쟁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가족,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싶다’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집회 구호의 하나가 ‘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싶다’이다. 아무리 상아탑이란 말이 구석기시대의 유물처럼 치부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학에서 자신과 우리사회의 미래를 기획하며,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학교를 휴학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에 미래를 저당 잡히고 군대에 가서도 이자 낼 걱정을 해야 하는가 하면, 그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이 2만5000명이 넘는다는 것은 분명 미친 현실이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다는 카이스트에서 차등등록금 제도 등으로 인해 학생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서울대도 등록금 문제와 관련돼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진행 과정에 반대하는 서울대생들의 대학본부 점거농성이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돼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생들이 점거농성의 직접적인 이유의 하나로 내세운 것이 법인화 이후 등록금 인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서 한나라당 당 차원에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다. 심정만 반값이라는 말은 그 때 하지 않았다. 반값 등록금의 의미는 액수가 반값이라는 것이다. 말을 왜곡하지 말고, 적힌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 본래 반값 등록금은 장학금을 주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 해 1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이 반값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반값 등록금의 의미다. 지킬 것인지 말 것인지 심정으로만 반값이 아니라 장학금을 더 주겠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반값 등록금을 지킬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사실 2007년 대선에서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그 ‘혁명적’ 성격이나, 다른 정당도 아닌 한나라당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라 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반값 등록금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다름아닌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다.

“등록금 촛불시위, 한나라당이 붙였다”
이번 등록금 촛불시위의 불은 한나라당이 붙였다.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반값 등록금 재추진을 당 쇄신의 핵심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이후 정부와의 논의과정에서 ‘반값이 아니라 부담 완화’니 ‘체감할만한 수준 인하’라는 식으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불쑥 꺼내놓은 데 따른 불가피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런 한나라당을 믿을 수 없게 된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다시 나선 것이다. 이번 시위에는 학부모들과 30~40대 일반시민들까지 가세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등록금은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의 생활도 위협하고 있다. 1000만원 등록금 시대의 고통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30~40대들을 촛불집회로 모이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는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공감대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생활밀착형 의제다. 잘못 다루었다간 촛불이 얼마만큼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 정부와 여당은 재원마련이 포함된 실질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대학등록금을 큰 폭으로 지원하되 부실대학은 구조 조정하는 내용까지 종합대책에 담아야 할 것이다. 야당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방송인 김제동이 지난 2일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소신 있는 발언이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대 투표율이 50%가 넘으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고 100%가 되면 무상교육이 가능합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20대들이 곰곰이 생각해 볼 의미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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