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 후폭풍…뜻밖의 사교육 시장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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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등급제 후폭풍…뜻밖의 사교육 시장 호황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7.12.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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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 논술학원 찾아 서울로…공교육 실종 우려

홍성군내 일부 고3 학생이 수능 등급제 시행이후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는 등 대도시의 논술학원이 수능등급제 시행으로 인해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홍성의 A고교 3학년 김모(18)군은 대입 수시모집 논술 준비를 위해 요즘 거액을 들여 서울 생활을 하고 있다. 김군이 수강 등록한 서울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의 6일간 수강비는 169만원이다. 또한 학원 측이 주선한 호텔의 숙박비 72만원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용돈, 논술교재비,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김군이 논술 준비를 위해 6일간 쓰는 돈은 30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하루에 40만원 가량을 논술 준비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김군은 “논술 준비에 너무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있지만 몸도 피곤하다”며 “갑작스런 수능 등급제 도입으로 대학 진학이 불투명해져 생긴 결과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사교육 억제를 위해 도입한 수능 등급제가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면서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수능 등급제는 학생부 성적의 대입 전형 비중을 높이고 수능 비중을 낮춰 사교육 열풍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처럼 논술 전문학원이 수능 등급제의 최고 수혜자인 셈이다. ‘논술 1번지'로 알려진 대치동 일대 전문학원의 경우 6일간 수강비가 평균 170만원 내외지만 수험생들이 몰려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다.
이에 한 학부모는 “교육부가 학원 좋은 일만 해 준다”며 탄식했다.
학원뿐 아니라 온라인 서점 역시 논술관련 교재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수능일(15일) 이후 1주일간의 논술교재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9배나 급증했다. 인터파크 청소년도서 담당 김태균 과장은 “수능 전보다 판매량이 3.1배 늘었다”며 “논술학원 수강생도 교재 판매량 만큼 늘었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군내의 A고교를 다니는 한 고 3학생은 “논술을 위해 서울이나 천안, 대전 등으로 나가는 것은 홍성과 같은 중소도시에서는 논술학원이 없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며 “관련 서적역시 지방에서는 소비자가 적어 구비가 되어있지 않아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만이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 학원 관계자 역시 “홍성과 같은 지방에는 논술을 하는 학생이 극히 적어 대부분의 지방중소 도시에는 없는 실정이다”며 “서울로 올라가는 학생들도 일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수업은 뒷전이고 학원 수강에 몰리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이 불과 홍성지역에서는 몇 명에 불과할지 몰라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수능등급제로 인해 자칫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려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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