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자는 9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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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자는 9개인가?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12.01 13:4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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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사회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를 시작했고, 가계 빚은 이자만으로 올해 50조원 이상이 되었다고 하니 서민들은 돈을 벌어 이자 갚기에도 벅찬 상태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통과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면도 많겠지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IMF를 극복하느라 소위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경제체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과 효능성(efficiency)이 강조되고 사회의 불안이 증폭되어 왔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양극화가 사회를 절망감으로 몰아 넣는다. 많은 젊은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얻지도 못하고 비정규직 내지는 파트타임 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도 안 될 것 같다’가 이들의 정서 밑면에 깔려 있다. 기성세대를 우호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회에 대해 적대감마저 표출한다. 이들이 보기에 미래는 잿빛하늘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는 무한 경쟁이 이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10명이 9개의 의자를 놓고 빙빙 돌다가 1명을 탈락시키는 소위 ‘의자 빼앗기’ 게임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작동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이 1명이 남을 때까지 무한 반복된다고 할 때 참여자 모두는 의자에 않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TV프로인 ‘슈퍼스타 K’와 같은 1명만 살아남는 무한 경쟁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대중은 오히려 이것을 즐기고 있다. 탈락자들은 ‘의자 빼앗기’ 게임에 다시 참여해서 타자(他者)를 탈락시키기 위해 와신상담 기회를 노린다. 그래서일까? 서점에 가보면 자기계발서와 성공전략 같은 책들이 수 십 만부씩 팔려나간다.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모두 ‘의자 빼앗기’에 참여해야 하는 학생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물론 사회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죽어서도 ‘현고학생부군(顯考學生府君)’이 되어야 할 판이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에서 ‘이 불공정한 게임에 왜 저항하지 못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불안은 우울로 변하게 되고 우울은 곧 분노로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내고 이러한 젊은이들의 정서를 위로한다. 읽어보니 ‘괜찮아, 다음에는 잘 할거야. 너는 열심히 하고 있어. 걱정하지마!’라는 내용이다. 맞는 말이다. 직장을 얻을 희망도 없이, 이미 백수의 길을 가고 있는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루저(looser),’ 또는 ‘잉여(剩餘)’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이 사회에 나의 말을 들어줄 타자가 없다고 느낀다. 나는 고립된 존재이며 내가 하는 일은 공적(公的)의미도 없고 그런 내게는 미래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불안 속에 있는 젊은이를 다독거려주니 얼마나 위로가 되겠는가?

얼마 전 여당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젊은이들의 지지율이 적게 나타날 것 같자 ‘강호동이라도 데려와야 겠다’라고 코미디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이들은 젊은 층들과 다른 세계에 사는 듯싶다. 안철수는 적어도 김난도처럼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힘들지 않느냐고 위로하지 않는가? 게다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경쟁만능의 사회운영시스템,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우정에 대하여’에서 이야기하듯 우정은 사랑보다도 더 큰 힘을 갖는다. 사랑은 때로 목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우정은 우정 이외에 다른 개념을 상위 가치에 두지 않아 순수하다는 것이다. 우정 자체가 목적이다. 안철수, 시골의사 박경철, 김난도 등이 젊은이들의 손을 잡고 ‘힘들지 않니?’ 라고 친구처럼 속삭이고 있다. 존재 이유마저도 희미해진 나의 말을 들어주고 ‘힘들지’라고 보듬어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힘이 된다.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기에 요즘 젊은이들의 노래는 그들이 처한 모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느 보수 언론인도 “어른 세대는 젊은 세대가 좌절과 고민을 안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른들이 겪었던 어려운 과거를 젊은이들에게 그대로 대입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어렵게 컸으니 너희도 겪어라’는 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을 그렇게 키운 것이 우리이기 때문이다.(중략) 부자들은 판자촌 옆에서 고기 구워 먹는 따위의 천박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맞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의자 빼앗기’ 게임에서 탈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해소 될까? 어느 메시아가 나타나서 이 방법만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치유책이라고 주장할지라도 설득력은 약해 보일 것 같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의 대안(代案)이 될 수 없음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심리 속에 내재해 있는 탐·진·치(貪·瞋·癡)를 줄이고 사회에서 불공정해 보이는 제도들을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개선하는 일이다. 빈부의 격차를 제도를 통해 시급히 줄여야 한다. 적어도 가진 자는 기부(寄附)를 통해 ‘베푸는 손의 혁명’을 실천해야 하고 사회의 지도층은 공정사회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파국을 막는 어렵고도 쉬운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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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싸구려 커피,” “쓰끼다시 내 인생” 그리고 “졸업”(http://www.youtube.com/)과 같은 노래들은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의 궁핍함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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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2011-12-09 19:01:22
노후도 준비하지 못한채, 부모님께 효도하며 자식에게는 "올인"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정작 그 예쁜 자식들이 앉을 의자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다달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쇄신과 고통을 인내하며 젊은이들을 위한 의자만들기에 주력해야하지 않을까? 기성세대인 나 자신흘 돌아보게 하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바지랑대 2011-12-07 16:07:26
신자유주의적 시장구조에서 오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언급하셨듯이 가진 자들의 기부행위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빨리 우리 나라도 기부 문화가 하나의 일반적인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지정순 2011-12-05 21:53:59
9개의 의자도 하나 하나 떨어뜨려 놓으면 10명중 한 사람은 나가 떨어지지만, 그 9개의 의자를 다 붙여놓으면 10명이상의 사람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확보된다. 서로 양보와 배려를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이상 쉽게 진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도 하게 된다. 좋은 글 읽고 생각을 달리 해보았습니다....^^

지정순 2011-12-05 21:51:49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일어나는 시점에 우리는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 정해놓은 기준은 온데간데없고 제멋대로 기준을 이랬다저랬다 저울질하며 성과에 집착하다보니 이런 결론에 도달해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습관처럼 내가 그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경쟁구도에서는 상대방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저울질하는 못된 버릇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안양맨 2011-12-04 13:20:38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정책과 투명한 경쟁을 원칙을 삼고 있다 하나, 그 부작용 역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듯 합니다. 기부와 혁신,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한 사회와 국민이 공감하는 보나 나은 희망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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