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앗아간 농민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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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가 앗아간 농민의 희망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7.12.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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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떼가 농경지를 ‘쑥밭’으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 A지구 인근 농작물이 철새들로 인해 벼 소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매년 이 같은 일로 농민들이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일 이 일대 농민들에 따르면 천수만 A지구 인근 농경지에 매일같이 날아드는 수천마리의 철새들로 인해 경작 중인 벼를 마구 쪼아 먹는 등 수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현재 철새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천수만 A지구 농경지는 7필지에 9만9551㎡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 농경지는 재배 면적의 대부분이 철새의 피해를 입어 수확을 포기할 상황까지 직면하는 등 그 피해액만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철새들은 벼가 서있는 상태에서는 낱알을 못 먹지만 비나 바람으로 인해 쓰러진 벼가 생기면 수천마리씩 떼를 지어 내려 앉아 서있던 주변의 벼를 넘어뜨려 낱알을 쪼아 먹는 방법으로 이 일대를 ‘쑥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확기를 즈음해 잦은 강우로 인해 쓰러진 벼가 많이 발생 했다.
이로 인해 홍성군 서부면 궁리의 한 농경지는 철새 떼가 몰려 불과 2~3일 사이에 1만여㎡(3천여평)에 이르는 농경지가 마치 겨울을 맞이한 은행나무와 같이 앙상한 줄기만 남아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처럼 철새들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비단 올해뿐이 아니다. 수년째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피해지만 해당 해정기관에서는 현행법상 보상이 안 된다는 이유만을 거론하고 있어 안이한 행정기관의 대처에 농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천수만 A지구의 한 농민은 “철새를 잡으면 현행법에 저척된다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철새들이 농작물을 모두 먹어치우는 것을 구경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정부에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또 다른 농민역시 “철새 보호도 좋지만 1년 동안 애써 재배한 농작물을 수년째 고스란히 철새에게 빼앗긴 농민의 마음을 알기나 하냐”며 “철새피해에 대해서도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곳의 농민 대부분은 “농경지 주변에 날아다니는 철새를 보면 모두 잡아없애고 싶다”며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더 이상 피해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홍성군 관계자는“현행법상 철새로 인한 농작물에 대한 피해 보상은 할 수 없다”며 “생물다양성 관리계약의 일환으로 쓰러진 벼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은 환경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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