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배관 기울어도 안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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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배관 기울어도 안전하다고?
  • 오마이뉴스 이재환 기자
  • 승인 2019.10.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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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덕에 가스 유출 확인… 홍성 A병원 측 안도의 한숨

홍성군 소재 A종합병원의 고압 가스배관이 매년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스 배관이 기울 경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A병원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안전 불감증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보자 J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년 전부터 홍성 A종합병원에 설치된 가스 정압기 배관이 기우는 것을 목격했다가스 배관이 기울 경우 배관에 무리가 간다. 장기적으로는 피로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병원 측에 이 사실을 여러 차례 알렸는데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스 배관은 절대 기울어서는 안 된다자칫 폭발 사고로 이어질 경우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보자 J씨는 20년 이상을 플랜트(시설·설비) 기술자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스 정압기는 배관을 통해 유입되는 가스의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다. 도시가스는 보통 8kg 수준의 강한 압력으로 이동한다. 일반 가정이나 건물의 경우 2kg 정도의 압력을 지닌 가스를 사용한다. 정압기는 마치 전기 변압기처럼 가스의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가스 배관과 건물 사이에 정압기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압기에서 가스가 새거나 정압기로 연결된 배관이 터질 경우 폭발 사고가 일어 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11일 기자는 홍성의 지역신문인 홍주신문황동환 기자와 함께 정압기가 설치된 A병원 현장을 둘러 봤다.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한 결과, 가스 배관은 2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다. 정압기를 지지하고 있는 구조물 하단도 시멘트가 일부 유실돼 불안해 보였다. 가는 날이 장날일까. 현장을 둘러보던 황동환 기자는 정압기 주변에서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스 냄새의 진원지를 확인하기 위해 A병원 시설팀에 연락을 취했다. A병원 시설팀 관계자와 정압기 관리를 맡고 있는 K사 관계자가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비누거품을 묻히며 정압기 주변을 살핀 결과, 가스가 새는 것이 확인됐다.

A병원의 정압기를 관리하고 있는 K사 관계자는 가스가 샌다고 해서 이틀 전에 수리를 했다. 기계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K업체는 이날 긴급 작업을 통해 A병원의 가스 정압기를 수리했다.

물론 J씨의 제보 내용은 가스 유출 문제가 아니다. 배관이 기울어져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어쨌든 A병원 측은 J씨의 제보로 인해 가스가 새는 것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A병원 노조 관계자는 “J씨의 제보가 없었더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감사한 일이다라고 안도했다.

제보자 J씨는 가스 배관의 기울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J씨는 가스관이 기울었다는 것 자체도 문제다. 내진 설계의 기본은 수평을 맞추는 것이라며 그래야 지진이 일어나도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차례 정기 검사를 했을 텐데도 배관 기울기를 바로 잡지 않고 있다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병원 관계자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서해도시가스 측에서 정압기가 주변 시설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그쪽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병원에 연료(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서해도시가스 측 관계자는 수평이 크게 맞지 않을 경우 보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수평이 완벽하게 맞지 않는다고 해서 가스가 유출되거나 크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좀 더 정확한 것은 A병원 현장을 둘러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해도시가스 관계자는 이날 A병원을 방문해 현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해 확인 결과 (설비의) 침하 때문에 변형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설계 당시부터 약간의 단차가 있게 설계한 것으로 파악됐다안전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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