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성·예산 국회의원 출마예정 이상권 변호사
지난달 21일 자유한국당은 ‘현역의원 50%를 물갈이 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성·예산이 지역구인 홍문표 의원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3선인 홍문표 의원은 지난해 당협위원장에서도 배제되면서 당내 입지가 다소 좁아진 상태다. 게다가 예산지역에서는 홍문표 의원에 대한 반발기류까지 감지되고 있다. 예산의 경우 특이한 정서가 있다. 예산주민들의 전통적인 투표 성향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재선의 기회를 주는 경우는 흔하다. 반면, 3선을 지내는 동안 두드러진 업적이 없다면 이를 냉정하게 평가해 낙선시키는 성향도 강하다.
실제로 오장섭 전 의원(14~16대)을 제외하고 예산에서 3선 이상을 지낸 의원은 없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예산과 홍성은 하나의 지역구로 통합됐다. 이후, 홍성 민심이 당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홍문표 의원이 3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홍문표 의원의 고향은 홍성이다. 그러나 최근 예산군 일각에서는 서부내륙고속도로의 무리한 추진으로 지지 기반의 한 축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홍문표 의원은 최근 공보물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지나치게 과장하면서 되레 신뢰를 잃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틈을 이상권 전 의원(18대, 한나라당, 인천 계양구을)이 치고 나오고 있다. 이상권 전 의원은 지난 2월 고향인 홍성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최근 ‘자천 타천’으로 차기 국회의원(홍성·예산)에 출마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 출신인 이상권 전 의원은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상권 전 의원은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디트뉴스24’가 공동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앙당(자유한국당)은 홍문표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3선 현역인 홍문표 의원에게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Q.홍성에는 언제 내려온 것인가.
“올해 2월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예전부터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내려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 모두 다 돌아가시고 고향에는 형님 한분만 살고 있다. 고향집은 헐리고 수용돼 남아 있지 않다. 내포신도시에 조그만 아파트 하나를 장만해 살고 있다.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내려온 것은 아니다.”
Q.국회의원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데, 출마할 생각인가.
“그렇다.”
Q.국회의원이 지역 현안을 다루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역구로 출마하려면 지역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눈여겨보고 있는 지역 현안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내포 혁신도시 문제도 있고, 축산 악취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예산군은 인구가 줄고 있다. 그나마 홍성군의 인구가 조금 늘고 있지만 주목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런 문제들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 아닌가 싶다.”
Q.지난 3일 국토부는 서부내륙고속도로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민원을 전혀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알고 있나.
“잘 알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지역으로 고속도로가 나는 것이 그렇게 싫다고 야단들인데 그런 상황에서 굳이 고속도로를 깔 필요가 있을까 싶다. 참고로 왜정(일제강점기)때 일본인들도 그런 짓은 안했다. 공주 사람들이 기차 노선을 반대하자 일제는 결국 대전을 (노선으로) 선택했다. 주민들이 싫다는데, 굳이 무리하게 고속도로를 건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Q.검사 출신인데, 검찰 시절 해결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혹시 있나.
“지난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수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서울지검 형사1부 수석 검사였고 건축 담당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갑자기 검사장실에서 불렀다. 검사장은 “삼풍백화점이 없어진 걸 아느냐”는 질문을 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당시 삼풍백화점은 서울지검 바로 앞에 있었다. 지검 직원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지검장에게 보고한 것이다. 그때부터 곧장 수사가 시작됐다. 삼풍백화점 시공사인 우성건설, 그중에서도 기초 공사를 담당한 담당자를 수배했다. 오랜 시간을 수사했다. 건물이 무너졌다면 당연히 기초공사가 잘못돼 무너졌을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수사결과 우성건설은 기초 공사 후 손을 떼고 삼풍 건설이 이후의 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우성건설 담당자는 “기초 시공에는 문제가 없다. 직접 뜯어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수사가 벽에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바로 1년 전인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있었다. 이경재 부장검사가 나보다 앞서 성수대교 사건을 수사했다. 그 사건 이후 내가 형사1부에 합류했다. 서울지검 형사1부에는 성수대교를 수사했던 베테랑들이 있었다. 성수대교 사건을 자문했던 학자와 기술자들을 한데 모아 자문단을 꾸렸다. 자문단도 거의 수사관 수준이었다. 상시 수사 인원만 최소 50명이 동원됐다. 실제로 삼풍백화점 바닥을 뜯어보니 상당히 튼튼했다. 그럼에도 무너진 이유가 뭘까. 5층과 옥상이 문제였다. 우성건설을 이어 받은 삼풍건설은 주먹구구식으로 구조를 변경했다. 5층은 원래 어린이 놀이 공원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이후에 음식점으로 변경했다. 놀이 공원과 음식점은 부담해야 할 하중의 차이가 크다. 주방 식기류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옥상에 냉각탑을 세웠는데 하중을 견딜 만큼 튼튼하지가 못했다. 그래서 5층 바닥이 쩍쩍 소리가 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삼풍백화점 측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와중에 건물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부실시공보다도 부실관리의 책임이 더 컸다. “관련자 전원을 찾아내 구속시켰다.”
Q.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 설립을 반대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그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원칙을 반칙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공수처도 결국 권력 기관이 된다. 오히려 공수처는 검찰보다도 더 강하다. 검찰의 수사를 빼앗아 갈 수도 있다고 본다. 공수처장도 검찰총장도 결국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 총장의 임명은 부당하고, 공수처장의 임명 방식은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그래서 말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공수처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Q.하지만 검찰이 신뢰를 잃은 것은 ‘자신들의 범죄’에 관대한 탓도 크다. 그래서 더욱 검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공수처는 공수처의 범죄를 덮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똑같은 것 아닌가. 공수처가 자신의 범죄를 덮고 선택적 수사를 할 경우 어떻게 할 건가. 그 위에 또 다른 무엇(수사기관)을 만들 것인가. 옥상옥이 될 수 있다.”
Q.홍준표 전 의원은 얼마전 TV토론에서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명권을 내려놓는 것이 해결책이란 주장을 했는데 알고 있나.
“홍준표 전 의원은 사법시험 동기인데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곤 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검찰도 행정부다. 검찰총장 임명권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임명을 안 하면 누가 임명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Q.만약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하게 된다면 같은 당 홍문표(자유한국당·홍성예산) 의원과는 경쟁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홍문표 의원의 공과에 대해 간략하게 평가할 수 있나.
“노코멘트하고 싶다. 서로 대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일 뿐이다. 상대 후보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당이 경선을 결정한다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 하지만 홍문표 의원은 지난해 당협위원장에서도 배제된 바 있다. 물갈이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당이 원칙대로 결정해 주길 바란다. 가급적 홍문표 의원과 경선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당에서 나를 공천하길 바란다.”
Q.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홍문표 의원 측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다.
“그건 그 쪽(홍문표 의원) 사정이다. 남의 생각을 내가 알 순 없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Q.혹시나 해서 묻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외에 다른 보수 신당이 창당된다면 다른 정당으로도 출마할 뜻이 있나.
“전혀 없다. 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할 생각이다.”
Q.존경하는 지도자가 혹시 있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다만 처칠 같은 분은 좀 게으르긴 해도 무엇이 정의인가를 늘 생각하고 행동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안을 게으르게 결정했지만 그 결론은 늘 올바른 쪽에 있었다. 그래서 존경한다.”
Q.지역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혹시 있나.
“우리 지역(예산과 홍성)은 유서가 깊은 지역이다. 충남도뿐 아니라 서울시 공무원 등 국가 공무원을 상당히 많이 배출시킨 지역이다.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을 통합하자는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아옹다옹한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