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한 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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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을 위한 금식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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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고 하는 말은 조심스럽다. 결혼기념일을 26번째를 맞이한 남편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금식(禁食)이다. 그런데 요즈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않고, 내가 제시한 7일간의 해독과 보식을 두 번째로 하기로 했다. 아마도 지난 해 건강검진 결과로 인해 늘어난 나의 잔소리와 자신이 느끼는 신체적·심리적 불편감 때문일 것이다. 종합소견을 살펴보면 눈과 위, 대장, 폐, 복부, 간과 혈액 및 소변, 피부 등에서 정기적인 검사나 재검사를 요구했다. 평상시 운동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술이나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기에  검진 결과는 놀라움을 갖게 했다. 이 정도로 건강이 위기인줄 몰랐다. 내 몸이 아프다보니 남편의 일상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남편은 이사를 많이 다녔다. 전학을 자주 다녀서 초·중학교 친구 모임이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 없다. 금식하는 아버지를 위해 매일 매일 물을 떠다 드린 기억으로 어린 시절 앨범은 가득하다. 이는 아버님의 직업과 연관성이 많다. 아버님은 목사님이셨다. 농촌교회를 전전하시던 중 한 교회를 건축하시면서 40일 금식기도를 하셨고, 그 이후에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금식하셨다. 그래서인지 현재 아버님의 몸은 매우 마르셨고 약간 구부정한 86세 노인이시다. 아마도 무릎을 꿇고 머리와 어깨를 숙이고 기도하셨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린 시절 남편은 물만 마시며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었지만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어린 시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되살아나 금식을 심리적으로 거부하는 이유인 것 같다.    

가난한 농촌교회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난 남편은 항상 절약하며 살았다. 출생했을 때 젖이 잘 나오지 않아서 쌀뜨물로 겨우 연명했으며, 음식을 마음껏 먹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시절에도 밥값을 모아 책을 샀을 정도로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다. 처음 만났던 젊은 시절 통통한 나에 비해 마른 체형인 남편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혼 전이나 결혼 후, 지금까지도 음식을 먹을 때 꼭꼭 씹지 않고 빨리 삼키며 먹는 식사방법 때문에 자주 말다툼을 했지만, 그 습관은 고쳐지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남편의 식습관과 몸의 회복을 위해서는 남편의 지나온 삶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구강기 때 어머니의 젖을 충분히 먹지 못함으로써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폭식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대학시절 ‘고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생각이 많아서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면 주변에서 몇 번을 불러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러한 일상생활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자극시켜 식탐과 복부지방을 증가시켰다. 또한 역사학자로서 늦은 시간까지 강의 준비와 글을 쓰면서 올빼미형이 됐는데 이는 심리적 허기짐으로 야식과 그렐린 수치를 증가시켜 식탐을 유발시켰다.

그 외에도 흰쌀밥과 토마토 주스, 레몬 주스, 건빵, 과자 등 탄수화물을 엄청 좋아해서 서재에 늘 끼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몸의 독소는 쌓여가고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육체적 질병 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쳐서 쉽게 짜증을 내고 참을성도 떨어졌다. 

결국 검강검진표를 펴놓고 3차 기관에 접수한 후 몇 개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피곤함과 짜증 등 불편감은 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합의한 것이 해독과 기타 관련 사항을 준행하기로 한 것이다.

해독(Detox)은 건강을 지키려는 일종의 웰빙 캠페인이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식습관을 개선해 인체의 해독과 배출을 담당하는 장, 간, 폐, 신장, 피부 그리고 림프계 기관 등을 강화함으로써 체내에 쌓인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어 몸을 정화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먹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어린 시절의 불안을 극복하고, 해독과 보식을 결정한 남편의 용기가 심리적인 성숙과 신체적 건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남편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일정기간 음식을 먹지 않는 금식을 통해, 유년의 아픈 기억과 화해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서 세상에 공개하도록 허락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현재, 당신이 몸과 마음을 챙겨주어야 할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박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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