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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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28
  • 한지윤
  • 승인 2020.0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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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노화는 지달과는 달리 대대로 그 마을에서 살아오는 농부집의 딸이지만 화용월태가 농부집 딸로서는 드물어 보이는 미인이었고, 재질도 여간 총명한 처녀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두 선남선녀는 한 번 보자마자 애정의 불꽃이 피어올라 단번에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노화와의 사랑이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에 징집영장이 나온 지라 지달은 그만 눈앞이 깜깜해졌다.
나라의 명에 따라 병영으로 떠나가 버리면 그 아리따운 노화가 다른 총각의 손에 넘어가버릴 것 같고, 막상 나라 명을 어기자니 후한이 두려웠다.
그렇지 않아도 아비가 역모혐의로 인해 귀양살이 비슷하게 와 있는 처지에 그 아들인 자기마저 나라의 명령을 어긴다면 어떤 화가 미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날을 두고 밤낮으로 고민한 끝에 어쨌든 피할 도리가 없는 운명이니 노화에게 심정을 다 털어놓고 그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날 밤ㅡ.
마을 뒷산에서 노화와 만난 지달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몰아쉬며 징집영장이 날아왔다는 걸 노화에게 말했다.
“그래요? 참 잘 되었어요.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서 나라를 위하여 싸운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어예요!”
노화의 말은 뜻밖에도 의외였다.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은 지달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렇지만 나는 노화와 헤어지는 것이 슬퍼서 용기가 안 나는구려.”
지달은 노화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대장부가 나라를 위하여 싸우는데 나 같은 여자 하나 때문에 용기가 안 나다니요? 물론 나도 당신과 한동안 헤어지는게 슬프지만, 지금 당신이 나라를 위해 나가시는데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돌볼 염치가 어디있어요. 더구나 대장부인 당신은 더 그럴 터이고요.”
“그건 그래도, 나는 내가 징집을 나가면, 행여 당신이……”
지달은 차마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알겠어요. 당신이 나간 후, 제가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이군요. 참, 당신은 대장부답지 않아요. 제가 아무리 천한 농부의 딸이기로서니, 설마 두 남편을 섬기겠어요? 저도 여자의 도리는 익히 잘 알고 있으니 그런 염려는 조금도 하지 마세요.”
노화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며 그 초롱초롱한 눈초리로 지달을 힐책하는 듯 똑바로 쳐다보았다.

지달은 그만 울컥 가슴에 그 무엇인가가 솟아오르는 듯 노화를 덥썩 끌어 안았다.
“노화…… 고마워 정말, 노화는 내 총명한 아내야! 절대로 그 맹세를 꺽지 말아 줘 응?”
“염려마세요. 지달님,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여자의 도리를 지켜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두 젊은이는 굳게 맹세하며 열렬한 포옹을 했다. 
그 때 노화의 나이도 지달과 동갑인 열 일곱이었다.
이렇게 해서 지달은 사랑하는 노화를 남겨두고 떠나가게 되었다.
병영 생활을 하는 곳도 같은 접경 마을이지만, 북쪽으로 4백여 리가 떨어진 성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은 대개 3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걸 믿을 수는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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