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라구요!?
상태바
그래서 어쩌라구요!?
  • 강인철 홍성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 승인 2020.03.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된 지난 2015년도의 일이다검정고시 접수기간이라 홍성교육지원청 민원실에 자주 드나들던 때였다. 살짝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만 같았던 유난히도 무더웠던 초여름이었다꿈드림 센터에 자주 나와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프로게이머가 꿈이었던 상민(가명)이를 오랜만에 민원실에서 만났다.

상민아 오랜만이네~ 요즘 센터에도 안나오고 전화도 안되고 무슨 일 있었니?”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만난 상민이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대답도 없이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분명 민원실에 온 이유는 검정고시 시험에 응시하려고 온 게 뻔해 보였지만 연락도 안됐던 상민이를 보며 검정고시 접수하려구? 응시료는 우리 센터에서 지원해주는거 알고 있지?”라고 말했고, 이 말이 끝나자마자 짜증 섞인 표정의 상민이의 대답은 그래서 어쩌라구요?”라며 큰소리로 대답하는 것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민원실의 모든 사람들이 나의 반응을 살피는 것 같았다. 상민이의 말을 듣자마자 다독이며 타일러야 했을 텐데 그 순간 나는 침착하지도, 냉정하지도 못했다. 그동안 상민이에게 쏟았던 정성들이 유독 많아서 일까? 서운한 마음도 들고 배신감도 들었다. 침착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내 자신이 창피하고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척, 문자하는 척,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을 피웠다. 그 사이 상민이는 인사도 없이 볼일을 마치고 민원실을 나갔다.

대단히 빠르게 불어오는 바람과 미친 듯이 닥쳐오는 파도, 그 때의 상민이는 질풍노도의 시기였나보다. 때린 놈은 다리 뻗고 못자도 맞은 놈은 다리 뻗고 잔다는 속담이 잘못된 건 아닐까. 그 때 내 마음의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반면에 상민이는 말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센터에 오기 시작했다. 마음속 상처와는 다르게 상민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았다. 상민이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립을 위한 사회생활에 한걸음씩 발 딛기 시작했다. 검정고시 수업에도 성실히 참여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얼마 후엔 대학교까지 진학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고운정과 미운정이 함께 들어서인지 눈물 나게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다. 상민이만이 아니었다. 같이 어울리던 꿈드림 청소년들도 하나둘씩 뚜렷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이직을 생각했던 내 마음이 가라앉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많은 희열을 느끼고 있다이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정환경, 친구관계, 학교생활 부적응 등으로 인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함께하고 싶고 기다려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들이 바른길로 성장할 때 맘속 깊은 곳 뿌듯함으로 지난 상처가 치료되는 듯하다.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있고 상처도 감수해야 하는 청소년 상담사들이다. 자신의 마음보다 청소년의 마음을 우선 시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청소년들과 함께 성장했으면 한다.

또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 개개인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상담, 교육, 직업체험, 자립지원등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 전문 기관인 꿈드림에 개인적으로는 학부모로서 감사하다.

 

강인철<홍성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