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측 회유와 협박 있었지만단호하게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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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측 회유와 협박 있었지만단호하게 대응했다”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04.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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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마을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반대 상임대책위원장 정동선
갈산면민들이 조를 짜 돌아가며 초소 운영…“원천 봉쇄중이다”
“홍성군민이 똘똘 뭉쳐 한번 막아보자,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

 

민간업자인 KC환경개발은 갈산면 오두리 산 49번지 일원에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들여와 매립하고 소각하는 시설로 20만7000 제곱미터 규모 부지에 2035년까지 349만4000 세제곱미터의 산업폐기물을 매립하고 하루 100톤의 가연성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 설치를 추진하려다 주민반발에 부딪쳤다.

산업폐기물처리장 설치 반대에 중심에 서 있는 ‘홍성 오두리 폐기물처리장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정동선 상임대책위원장<사진>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텅 빈 마을회관에서 기자와 단 둘이 만나 인터뷰하는 중에도 마스크 착용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지나가갔으면 하는 바람은 같았지만 정 위원장에겐 무엇보다 산업폐기물처리장 백지화가 당면 목표다.

경자년 새해가 밝기 무섭게 갈산면 주민들은 지난 1월 8일 갈산농협 강당에 모여 면 산하 29개 마을과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과 연합해 ‘홍성 오두리 폐기물처리장 반대 대책위원회’ 공식 출범 시키고 산업폐기물 처리장을 막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후 도지사와 군수, 도의원과 군의원들을 만나 반대협조를 이끌어냈고, 홍성I.C서부터 마을로 지입하는 도로 주변에 폐기물처리장 설치 반대를 알리는 만장 수천 개를 걸어놓는 등 반대투쟁의 활동들을 이어왔다.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일까? 최근 대책위 활동 소식이 뜸한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업체의 공사 강행에 대비해 초소를 만들고 갈산면민들이 돌아가며 감시를 한다거나 최근엔 대책위 활동을 외부에 폭넓게 알리기 위해 소식지를 발행하기로 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다. 6년 전 처음 폐기물 처리장이 설치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대책위원장을 맡아 지금까지 투쟁을 이끌고 있는 정 위원장에게 그동안의 소식과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오두마을은 어떤 마을인가? 어쩌다 폐기물 처리장 전초기지가 됐나?
48가구에 다소 변동은 있으나 대체로 100여명 안팎의 주민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마을의 주요 작물은 쌀이다. 제법 규모가 큰 벼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다른 마을과 비교해 여유가 있는 편이다. 주민가운데 일부가 딸기농사나 한우를 기르는 정도다.

오두 마을에서 태어나 갈산초등학교와 갈산중학교를 다녔다. 가정형편상 고등학교 진학은 못했고, 군대 제대후 다시 고향에 정착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때로는 공사장 일도 있다. 현대A지구 사일로 공사, 배수로 공사, 소도 좀 길러가면서 농촌의 여느 사람 사람처럼 그렇게 살고 있다.

작년 말까지 햇수로 15년간 오두마을 이장직을 수행했다. 마을 반장 등의 직책까지 포함하면 마을 일을 30여 년간 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보니 주민들 개개인의 성향이라든지 마을 일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마을 주민이 폐기물처리장 설치 반대 싸움에 나서기 시작한 때가 6년 전이다. 당시엔 폐기물처리장 유치 사실을 나도 처음엔 몰랐다. 주민 가운데 일부가 업체 측을 대신해 다른 주민들에게 금품을 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주민 중 한 분의 폭로로 알게 됐다. 나는 즉시 주민 총회를 열어 이같은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그 때 금품을 받은 가구 수는 정확히는 모른다. 받고서도 말하지 않는 주민들도 있기 때문이다. 20여명이 금품을 받았다는 소문만 있었다. 업체가 마을의 주동자들을 동원해 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나는 회의를 통해 폐기물처리시설이 마을에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그때부터 반대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 지난해 12월 10일 홍성군청 앞 폐기물처리장 반대집회 때 김석환 군수도 공개적으로 주민과 함께 반대의 뜻을 밝혔고, 올해 초 갈산면민과 사회단체, 환경단체 등 여러 단체가 연대해 반대대책위가 출범했다. 홍성군의회도 반대결의를 하고 양승조 도지사와의 면담 등 대책위를 중심으로 갈산면민들이 최근 몇 달 숨가쁘게 반대활동을 이어온 것을 알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업체측은 폐기물처리장 공사 강행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업체는 아직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고, 우회해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진입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해당업체가 어떻게 공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우리도 의문이다. 진입로로 예상되는 지역의 땅을 아예 우리가 매입했거나 그 지역 주민들의 각서를 받아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계도면상 예상되는 진입로는 우리가 전부 봉쇄했다.

지난해만 해도 군민들이 폐기물처리장 설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각 마을 총회에 참석해 마을별로 다니며 설명했다. 11개 읍‧면 이장협의회에 함께 반대해야한다고 설득했다. 각 읍면 이장들의 도움으로 반대서명운동을 벌였다. 지금 대책위에 후원금도 답지하고 있다. 관내 마을들과 단체들 개인들의 자발적 후원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업체의 공사강행에 대비해 어떤 사태 혹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끝까지 대응하고 싸울 것이다. 후원해 주신 분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갈산면민 전체가 초소 운영에 참여한다. 조를 짜서 낮동안에 공사차량 등의 움직임이 있는지 동향을 감시한다. 지금까지는 특이한 사항은 없다. 대책위 내부에서 지난 1월 갈산농협에서 개최된 대책위 출범식 이후 반대운동 관련 소식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소식지를 통해 산업폐기물반대운동관련한 홍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제는 소식지를 만들어 외부에 적극적을 이 곳 소식을 알릴 계획이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AB지구 경작자연합회, 서부 남당리 선조연합회, 어촌계 등 오두 마을 주위 분들과 탄탄하게 결집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

■ 대책위 활동이 꽤 조직적인 것 같다. 반대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남모르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
지금은 갈산면 전체가 반대하고 있지만, 6년 전엔 오두마을 위주로 싸웠다.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내가 대책위원장을 겸했고, 그러다 보니, 마을의 주동자들을 통해 나에 대한 회유, 공갈, 매수 시도 등을 했다. 분명한 협박이었다. 그래서 경찰서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고 가스총을 두 정 마련해 승용차에 싣고 다닐 정도였다. 자구책이었다. 녹음기, 카메라도 준비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과 축사 주변에 전부 CCTV도 설치했다.

아닌게 아니라 배후에 업체가 있는 사람들이 집까지 찾아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했고 상대를 안하는 것으로 단호하게 대응했다. 왜냐하면 나와 만나는 것만으로도 협했다는 등, 왜곡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주동자들은 이장을 못움직이게 하면 나머지 주민들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집요하게 접근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내가 이장 직에서 물러나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주동자들은 계속 나를 이장에서 물러나라고 요청했다. 개인적으로야 이장직을 물러나야 한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문제는 후임 이장이 누가 되느냐는 데 있다. 지난해 말 신임 이장이 선출됐는데, 대책위 측에서 추대한 인물이다. 다행한 일이다.

이 시기 업체 측의 움직임이 특이했다. 신임 이장이 선출된 날이 지난해 12월 27일이었는데 그 다음날인 28일 업체가 환경영향평가 진행을 위한 서류를 군에 접수한 것이다. 그러자 마을주민들이 회의를 소집했고, 대책위의 요청으로 이장 대신 대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렇게 내가 대책위원장을 맡자 업체가 군에 접수했던 서류를 빼는 일이 있었다. 업체 측에서 나에 대한 경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 이 싸움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홍성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우리는 승산이 있다. 누구 못지 않게 준비를 잘했다고 본다. 철저히 막을려고 진입로 등도 봉쇄하고 있고, 업체 측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에 관한 준비도 다 돼있다. 군민들에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장협의회를 통해 11개 읍‧면에서 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한 군민이 1만명 넘었다.

그러나 현재 비록 일부 소수이긴 하나 업체 측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있어 아쉽다. 홍성군의 지역경제를 위해 기업체가 들어오는 것은 환영하는데, 그렇다고 주민들에게 해로운 기업이 들어와서야 되겠나? 이번일을 계기로 홍성군민 모두가 똘똘 뭉쳐 함께 막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규모를 줄여서 들어오는 것조차 안된다. 우리가 대응을 하는 것을 보면, 업체측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김좌진장군 청산리 전투 전승 100주년을 맞아 홍성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 2020년을 ‘청산리대첩 100주년 기념 백야 김좌진장군 나라사랑 선양의 해’로 정했다. 대한민국 독립군 역사상 최고의 전과를 올린 청산리 전투의 영웅 백야 김좌진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을 대내외에 알리고 장군의 출생지인 충절의 고장 홍성을 대·내외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일부 계획은 취소됐지만 홍성군은 충청남도와 함께 김좌진 장군의 고향인 홍성군 갈산면 일대에 16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산리 전투 체험장과 활터, 교육체험관을 짓고 생가 터 주변 성역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좌진 장군 생가지와 불과 500미터도 채 안 떨어진 곳에 전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업폐기물이 운반되고 또한 매립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악취, 소음 및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등을 유발하는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까?

또한, 어촌뉴딜사업 선정으로 150억원이 투자되는 서부면 궁리항에는 2022년까지 관광기반시설 구축 및 관광자원개발 등이 5개영역으로 특화되어 추진될 예정이다. 서부면 궁리항은 천수만과 폐기물처리장 부지와 인접해 있어 페기물 매립시 침출수로 인해 세계적인 생태공원인 천수만은 물론 궁리항까지 오염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게 되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뤄놓은 다양한 사업이 허사가 된다. ‘오두마을 산업폐기물처리시설 반대 대책위’가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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