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식당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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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식당풍경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7.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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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단골식당에 의자가 들어섰다. 좁은 입구를 벗어나면 한눈에 들어오던 실내 분위기가 허리 높이만큼 올라온 식탁과 의자 때문에 쉽게 파악되질 않는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일 때는 식당이 넓어 보였는데, 의자에 앉고 보니 좁아 보인다. 의자가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이 있으니까 당연할 터인데도 어쩐지 그보다 더 좁은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낯설음에 기인한 것이며 두어 번 더 의자에 앉고 보면, 의자가 주는 편리함 때문에 어색한 공간감은 쉽게 잊혀질 것이다.

사실 우리지역 식당가에 입식문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홍성의 식당들은 대개 충성스러운 단골을 기반으로 수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고, 까다로운 입맛의 고객도 무난히 소화해내는 다양한 메뉴가 개발돼있는 훌륭한 곳이 많다. 특히 홍성·광천·갈산·결성의 오랜 장터의 주변에는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복잡한 시간에는 줄을 서야 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방석 깔고 앉은자리에서도 밤새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고, 내포신도시를 제외한 전역에서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식당의 경기도 예전 같지 않게 됐다. 방석에 한 번 앉았다 일어서면 무릎이 저려오고, 식당은 식당대로의 애로가 여전했다. 서빙 한번 할 때마다 굽히게 되는 허리 때문에 식당일은 지긋지긋하기만 했다.  

결국 입식 의자의 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 됐다. 입식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함으로써 고객 편의를 도모하고 서비스의 질도 높이는 윈윈의 전략을 구사하는 식당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이들의 ‘잘 된 선택’을 따라가는 식당이 속속 늘어가는 자연스러운 추세가 형성된 것이다. 백반집, 어죽집, 한우집, 국밥집… 심지어는 장례식장의 식당까지 소위 말하는 ‘대세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오히려 좌식을 고집하는 식당을 찾아보는 것이 지금은 더 어렵게 됐다.

기존의 식당들은 주로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구조를 바꾸는데, 신발을 벗고 양말로 테이블에 앉는 형태로 돼있는 집들이 대부분 그렇게 된 집이다. 홀에는 의자, 방에는 방석으로 운영되던 집들도 이제는 모두 의자로만 배치하고 있다. 덕분에 방석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의자를 빼주는 것이 예의로 변했다.

현대인의 생활은 의자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지경이지만, 의자는 사실 기능적인 물건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의자는 항상 권위, 권력을 상징하는 물건이었고 아무나 함부로 앉을 수 없었다. 의장을 뜻하는 ‘chairman’이 여기에서 나온 이유다. 우리나라에 의자가 전해진 것은 19세기 개항 때였다. 이 때 서구의 많은 문물이 유입됐고,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집안에 입식 가구를 구비하는 문화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우리동네의 식당들은 거의 모두가 의자로 운영되는 입식식당으로 변화할 것이다. 새로 생기는 식당이 방석 깔고 앉는 온돌구조일 리도 없다. 그러나 어쩐지 아쉽다. 편리함은 얻겠지만 낭만은 잃어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좁은 식당에서 모르는 사람과 서로 등을 대고 밥을 먹던 일, 추운 겨울날 따뜻한 방고래를 찾아 방석을 깔고 그 밑에 두 손을 녹이던 일, 테이블 밑에 두었던 소주병을 깜빡 잊은 채 계산하고 집에 와서 좋아하던 일도 이제는 지나간 추억이 되고 말았다.

삶이 변하면 문화도 변하는 것이다. 부디 입식문화가 정착되고 식당들도 흥해 예전의 북적거림이 살아있는 활기 넘쳐나는 홍성이 되기를.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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