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51
상태바
백마강에는 낙화암 -51
  • 한지윤
  • 승인 2020.07.2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느끼는 바가 있었다.
“옳다, 실로 지당한 말이다. 과인이 가벼워 하마터면 큰 일을 저지를 뻔했구나!”
왕은 태자의 말대로 곧 군사를 거두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 4년만에 근초고왕이 주곡 태자가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백제의 제14대 임금 근구수왕이었다.
근구수왕대에 이르러서도 백제는 여러번 고구려와 싸웠으며, 또 다시 평양성을 위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후 침류왕과 진사왕대를 지나서는 그만 지배계급 내부의 치열한 정권쟁탈전으로 말미암아 강성하던 백제는 그의 황금시절을 끝내고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도미와 그 아내의 정조

백제 제4대 임금인 개루왕(蓋婁王) 때의 일이다.
나라의 기틀도 차츰 잡혀갔으므로 백성들은 마음 놓고 생업에 열중이었다.
그러나 한산(漢山)을 비롯해 국내 각처에 사는 백성들의 생활이나 살림살이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게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특히 용모가 아름다운 여인네들은 좀처럼 밖에 나다니지를 못했으며, 그들의 가족들은 언제 자기네 집에 큰 재앙이 닥쳐올지를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임금 개루왕이 유달리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좋아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광적이었다.
어느 집에 어여쁜 여자가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왕은 당장에 그 여자를 데려다가 자기 욕심을 채우지 앉고서는 못 배기는 성미였다.
그 여자들이 남의 집의 귀한 외동딸이건, 규수집 아낙이건, 남편이 있는 아내이건, 재상집의 딸이건, 천한 백성의 딸이거나 아내이건 건에 가릴 것없이 얼굴만 예쁘다 소리만 들르면 가리지를 않았다.
이 같은 왕의 황음호색(荒淫好色)은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심해져 이제는 어여쁜 여인네라는 소문만 듣고 불러 들리는데만 그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에 사람을 보내어 그 동네에서 예쁘다고 소문만 난 어여쁜 여자란 여자는 모조리 잡아오도록 시켰다.
그래서 그 당시의 사람들은 이러한 임금의 심부름꾼을 하는 자들을 가리켜 ‘계집사냥꾼’이라고 부르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불리는 계집사냥꾼들은 대개가 육중한 체격과 날쌘 무사 출신들로 갑자기 마을 뒷산 숲속 같은 데에 숨어 있다가 쏜살같이 마을로 내려와 밭에서 김을 매는 여인이라든지 샘에서 물을 긷거나 개울에서 빨래하는 여인, 혹은 집에서 밥을 짓고 있는 여인들 중 얼굴만 반반하세 생긴 여자를 발견만 하면 그 자리에서 그 여인을 낚아채서 말에 싣고 가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잘 생긴 아내나 딸을 둔 사람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었다. 문 밖에서 말발굽 소리만 나면 계집사냥꾼인 줄 알고 지레 겁을 집어 먹곤 했었다.
그리고 웬만큼 젊고 어여쁜 여자들은 마루 밑으로, 광으로 짙더미 속으로 숨느라고 야단이었다.

그 불안한 시대에 별다른 벼슬도 없이 농토도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몇 명의 종도 거느리며 별  걱정없이 살고 있는 청년 한 사람이 있었다. 그 도미라는 한 젊은이는 자색이 출중한 아내와 함께 서울 한산(지금의 경기도 광주)에서 행복하고 다정하게 살고 있었다.
도미는 벼슬도 없는 평범한 서민으로서 사람됨이 착실하고 부지런하였으며, 그의 아내도 평범한 시민으로서 남편과 가정을 위해 사는 평범한 아낙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얼굴도 예쁘고 행실이 단정하여 인근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있었다.
이러한 평범하고 순탄한 가정에 단란함과 행복감으로 가득차 있는 도미는 아내의 사랑에 도취되어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복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으며, 그렇게 착하고 예쁜 아내가 있는 것을 겉으로 은근히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어찌 어찌하여 그 소문은 퍼지고 퍼져서 임금인 개루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도미의 아내는 참으로 미인이야!”
“도미의 아내는 아마 이 나라에서 제일 예쁜 여자일거야!”
“도미의 아내는 정말 미모로 보나 행실로 보나 왕비감이야!”
“참으로 도미의 아내는 정조가 굳어! 요즈음 여자치고는 참으로 드문 여자야!”
“도미의 아내는 정말로 아름답고 정조가 굳으며 부덕이 높다. 높아!”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전해져 온 장안에 삽시간에 퍼졌다.
정말로 도미의 아내를 본 사람들은 그가 미인이고 외모가 아름다우며 마음 씀씀이나 행실이 보통 여자들과는 무언가 달라도 다르다는 소문과 일치하고 있었다.
이러한 소문이 장안에 쫙 퍼지자 도미와 그의 아내도 걱정거리였고, 근심이 되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