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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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52
  • 한지윤
  • 승인 2020.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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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문이 장안에 쫙 퍼지자 도미와 그의 아내도 걱정거리였고, 근심이 되었다.
‘허튼 소문이겠지. 일개 백성의 아내가 정조가 굳으면 얼마나 굳고 행실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 것이며, 부덕이 높으면 얼마나 높을까?’
처음에 이 소문을 들은 개루왕은 이렇게 웃어 넘겼지만 그 후에도 도미의 아내가 여차여차하다는 말이 계속해서 귀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나라 안에서 얼굴이 좀 반반하다고 하는 여자들은 거의 다 독차지 하다시피 한 개루왕에게는 도미의 아내의 자색 같은 것은 별로 구미를 당기지 않았지만 정조가 굳고 행실이 착하다는데는 은근히 호기심 같은 것이 생기곤 하였다.
‘모를 소린걸, 그런 계집이 어디 세상에 있을까? 임금이 청을 해도 정조를 지킨다고 할까?’
개루왕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런 생각에 휩싸인 개루왕은 도미의 아내가 어떻게 생겼고, 어떠한 여자이기에 온 장안에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가 궁금하기도 하였고 은근히 그 여자를 한 번 보고도 싶었다.
‘정조가 굳은 여자라……’
‘행실이 착하고 예쁘게 생겼다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가득하던 개루왕은 도미의 아내 생각으로 뇌리에 가득했다.
“얘들아! 도미라는 그 젊은이를 당장 불러오도록 하여라!”

어느 날 개루왕은 별장에 나가서 신하들과 함께 궁녀들을 데리고 유흥을 즐기면서도 이 궁녀, 저 궁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도미의 아내가 얼마나 예쁘길래 내 곁에 있는 궁녀들보다도 더 예쁘고 행실이 착하다는 소문으로 온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릴까가 궁금해졌다.
신하들은 임금의 명령에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정말로 흔치 않은 왕명이었다.
“네, 분부대로 하오리다.”
몇몇 신하가 임금의 명을 받아 나졸들에게 이를 알리었다.
나졸들은 그 길로 곧바로 나가서 어렵지 않게 도미를 데리고 왕 앞에 나타났다.
도미는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지은 죄도 없는데 임금이 평범한 백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부른다니 그의 가슴은 벌써부터 얼음장이 되었고, 그를 나졸들에게 보내는 그의 아내도 정작 간이 콩알만해졌다.
무슨 변고라도 없을까? 임금이 왜 도미를 부르는 것일까, 혹시 무슨일이라도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로 도미의 아내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졸들이 붙잡아온 도미를 보고서 임금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도미의 가슴은 더욱 콩닥거렸고 자신도 모르게 전신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대가 도미인가?”
“황공하오이다. 황동하오이다.”
도미의 목소리는 금방 땅바닥에 떨어졌고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게 떨 것 없어. 과인이 조용히 할 말이 있어서 그대를 부른 것이니, 어서 일어나 이리로 오너라.”

개루왕은 부들부들 떠는 도미를 이끌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푸짐한 술상 앞에 도미를 앉혔다.
임금과 단 둘이 마주 않은 도미는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떨면서도 이러한 광경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왕은 손수 술까지 따라주면서 도미의 마음을 다소 안정시킨 다음 넌지시 물었다.
“과인이 듣건대 그대의 아내가 자색이 출중하고 특히나 정조가 굳다고 온 백성들의 칭찬이 자자하던데……”
왕의 묻는 말에 도미는 들고 있는 술잔마저 부들부들 떠는 자신의 손을 어찌할 줄 몰라하며 술잔을 바닥에 황급히 내려놓고는,
“황공하오이다. 황공하오이다.”
임금은 도미에게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또 물었다.
“그대의 아내는 행실과 부덕이 높다고 온 백성들이 이구동성으로 감탄하던데 과연 그러한가?”
또 왕이 아내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도미는 더욱 더 몸이 떨렸고 이제는 손에 힘까지 빠져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리는 것을 고사하고 이제는 술잔조차 들만한 힘이 전혀 없었다.
‘왕이 어째서 이런걸 물을까?’
도미는 임금의 묻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미의 가슴에서는 그만 돌이 떨어지고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만이 전신을 에워싸고 있을 뿐이었다.
도미는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말했다.
“황공하오이다. 소인의 계집은 얼굴을 비록 변변치 못하오나 행실만은 단정한 줄 아옵니다.”
한동안 어리벙벙해 있던 도미였지만 평소부터 아내를 굳게 믿고 살아온 도미였는지라 임금 앞에서도 이렇게 말할 수 밖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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