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저출산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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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저출산 현상
  • 김민식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7.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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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방송에서 끊임없이 선전해왔던 경제적 결핍, 여성의 육아 부담,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 양육비 부담 등이 저출산의 원인이 아니라면 무엇이 저출산의 원인이란 말인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지만 ‘인간은 거짓말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특히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살펴보자.

동물에는 수십만 마리가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 있으며, 혼자 사는 동물이 있다. 대가족이 모여 사는 동물이 있으며 핵가족으로 사는 동물이 있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누와 들소 등은 수만 마리가 모여 산다. 하늘을 나는 가창오리, 바다에 사는 정어리, 고등어, 멸치 등은 수십만 마리가 떼를 지어 산다. 이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 이유는 포식자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다니면 자유롭고 더 좋은 먹이를 찾을 수 있지만 무리에서 벗어나면 잡혀 먹히기 때문에 무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동을 하는 동물은 모두 모여서 이동한다. 이동하는 길목에는 포식자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동 중에는 숨을 곳이 없어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야생 돼지, 미어켓, 토끼 등은 여러 마리가 모여 산다. 이들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땅굴로 피신하여 안전을 확보한다. 이와 같이 잡혀 먹히는 동물은 포식자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모여 산다. 반대로 호랑이, 곰, 표범, 독수리, 상어 등은 혼자 산다. 혼자 살아도 안전하며 원하는 먹이를 혼자서도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를 지어 살면 자유가 구속되기 때문에 결코 모여 살지 않는다.

맹수이지만 모여 사는 동물도 있다. 사자, 늑대, 범고래 등은 무서운 포식자이지만 모여 산다. 사자의 주식은 들소인데 혼자서는 들소를 사냥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마리가 협력해 들소를 사냥한다. 늑대도 들소와 말, 사슴 등을 여러 마리가 협력해 사냥한다. 바다 최고의 포식자인 범고래도 여러 마리가 협력해 다른 고래를 사냥한다. 이와 같이 포식자라 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이 있으면 모여 산다.

환경이 바뀌면 인간이 그러하듯이 동물들의 삶의 행태도 바뀐다. 무리 지어 살던 동물도 동물원에서는 모여 살지 않는다. 들소, 누, 사슴 등의 초식동물도 동물원에서는 모여 살지 않으며 새끼도 잘 낳지 않는다. 동물원에서는 울타리가 있어 안전하기 때문에 모여서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리를 지어 살면 자유가 구속되고 초식 동물의 경우 먹이 확보에도 불리하기 때문에 어떤 동물도 모여 살지 않는다.

인간도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무리를 지어 이동했다. 훈족이 한나라의 공격에 패해 서쪽으로 이동할 때, 게르만족이 훈족의 침략을 피하여 서쪽으로 이동할 때, 유대인이 에굽에서 탈출할 때 온 부족이 함께 이동했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없던 몇십년 전에, 읍내의 시장에 갈 때 농촌마을 여성들은 여럿이 모여 가곤 했다. 혼자 가면 시장가는 길에 외딴 곳에서 강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마을을 이루고 산 것도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외 딴 곳에 혼자 살면 맹수, 강도, 도둑 등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여 살던 인간이 1인가구로 혼자 살게 된 것은 가로등, CCTV, 핸드폰, 자동차, 아파트 등의 안전도구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전쟁이 사라진 것도 원인이다. 경제가 발달해 혼자서도 먹고 살 수 있으며, 각종 수당과 연금으로 노년에도 혼자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저출산 현상은 물리적 안전과 경제적 안전이 확보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며, 사회가 안전하고 혼자서도 먹고 살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가족이라는 집단이 이익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고, 유럽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퍼져 나가는 현상이다.

 

김민식 <두리저출산연구소장·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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