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사 마애불의 명문(銘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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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사 마애불의 명문(銘文)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7.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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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사 일주문과 사찰의 중간쯤 홍주신문 636호(2020년 4월 30일자)에서 소개한 바 있는 용봉사마애불(충남 유형문화재 제118호)을 만날 수 있다. 석벽에 불상이나 글자 등을 새긴 것을 마애(磨崖)라고 하는데 용봉사마애불은 불상과 함께 제작연대 및 관련인물이 기록되어 있어 매우 중요한 사료로 평가 받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바로는 마애불의 오른편에 다음과 같은 조성연대와 관련인물들을 소개하는 명문(銘文)이 있다고 한다. 貞元十五年己卯四月日仁符○佛願大伯士元烏法師○香徒官人長珎大舍.―‘있다고 한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1980년대에 3번의 탁본이 있었고, 최근 최신장비로 판독했으나 알려진 것과 같은 글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연구자의 입장을 반영함―선행연구자들은 이 명문을 “799년 (소성왕 원년) 4월 발원자(發願者)는 ○향도(○香徒)와 관인(官人) 장진대사(長珎大舍)이고, 만든 장인(匠人)은 백사(伯士) 원오법사(元烏法師)”라고 읽었고 각종 논문도 이 견해를 따르고 있으며, 본지 역시 이를 인용했다.

확인이 어렵다고 하는 정원(貞元)은 뒤를 따르는 기묘(己卯)라는 태세(太歲)가 있어 799년 소성왕 원년으로 추정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四月日은 당시 몇 월(月)까지만 표기하고 날짜 없이 일(日)로만 적는 것은 보편화된 것으로 가까운 보령 성주사지 여러 유물에서 나타난다. 문제는 인부(仁符)라는 두 글자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수 있다는 것이다.

선행논문들에는 인부(仁符)에 대한 언급이 없이 향도(香徒) 관인(官人) 장진대사(長珎大舍)를 발원자로 보고 있다. 향도는 불사와 신행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므로 발원자로 보는 것도 일견 타당하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인부(仁符)라는 단어를 말하기 전에 먼저 당시의 관직을 살펴보자. 대백사(大伯士)는 ‘장인들을 거느리고 해당 작업을 책임지는 우두머리이다.’ 근대까지도 건축, 불화, 조각 등 전문기술을 연마하여 불사를 도맡았던 스님들이 있었다. 그리고 대사(大舍)는 신라 십칠 관등 가운데 열두번째 등급의 벼슬을 말한다.

신라는 불교국가이다. 신행단체인 향도는 승려에게 불사를 부탁 할 수 있다. 그러나 하급관리가 승려인 원오법사를 총책임자로 하여 불사를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개인의 기복을 위한 불사라 할지라도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빈다는 명분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진정환이 논문에서 불사의 명칭, 조성시기, 발원자, 조성목적, 장인 등을 분류한 것에 따르면 장인(匠人) 중에 법사(法師)의 칭호는 유일하게 용봉사마애불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승려로 추정되는 사람이 총책임자가 될 때는 왕 또는 국가에서 주도한 불사이다.

이를 전재로 인부(仁符)를 알아보자. 신라 금석문에는 왕족일 경우 성(姓)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그렇다면 인부는 왕족일 가능성이 있다. 그 근거로는 미약하지만 소성왕은 인겸(仁謙)의 아들이며, 제위 2년 만에 승하를 한다. 만약 소성왕이 병사를 했다면 가능성은 높아진다. 여기에 신경리마애불 앞 공터에서 백제와편이 발견된다는 점, 빈절골사지에서 통일신라의 사찰 터와 유물이 확인되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문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새롭게 읽어보자는 것이다. ‘소성왕 원년(貞元十五年己卯) 사월 (왕족이라고 생각되는) 仁符가 발원하고 大伯士인 원오법사의 총지휘아래 大舍 장진이 감독하였고 官人과 불사를 위한 조직인 香徒들이 참여했다’고 보면 원오법사와 장진대사의 위계관계가 바로 잡아진다.

필자가 이글을 쓰는 것은 그간의 연구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외한이 가지는 단순한 궁금증과 합리적 의심을 피력하는 것이며, 홍성군이 여력이 된다면 명문을 현대적 기술을 동원해 좀 더 정확히 읽어내고 인부(仁符)라는 두 글자를 새롭게 해석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홍성의 고대사 연구에 어떤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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