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58
상태바
백마강에는 낙화암 -58
  • 홍주일보
  • 승인 2020.09.16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로 이 배로구나. 그이를 실어서 떠내려 보낸 배가 이 배가 틀림없구나! 그런데 그이는 어디가고 빈 배만 남았는가? 죽었는가, 아니면 살았는가? 죽었다면 송장이라도 어디에 있을텐데…’
이렇게 생각한 도미의 아내는 근처의 숲속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였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집 한 채도 보이지 않는 무인지경인 곳이었다. 숲속을 누비며 해매던 그는 어느 한 바위 곁을 지나다가 뭉클하는 무엇에 걸려 삐끗하면서 넘어졌다. 넘어진 채로 뒤를 돌아다보니 그건 분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스름한 새벽 어둠속에서나마 자세히 그 사람의 모습을 살펴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지금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찾던 남편 도미였다.
“여보! 이게 누구요?”
“여보! 제발 정신 좀 차려봐요! 당신의 아내가 왔어요. 당신의 아내가 당신 곁에 왔단 말씀이에요…”
아내는 남편 도미를 부둥켜안고 흐느껴 울었다.
남편 도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한동안 흐느껴 울고 있는데,
“아니, 당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소?”
죽은 듯 누워있던 남편 도미가 정신을 차리며 아내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듯 가느다란 목소리로 힘없이 말했다.
두 사람은 또 부둥켜 안고 한동안을 흐느껴 울었다.

한동안 목 놓아 울던 아내는 곧바로 자기의 치맛자락을 찢어 맑은 물에 헹궈오더니 남편의 상처를 깨끗이 씻어주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아내의 말을 듣던 도미의 가슴을 칼로 저미는 듯 숨이 막힐 듯 답답해졌다.
그의 두 눈을 검붉은 피가 굳어 있어서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그의 피로 흥건한 한 쪽 눈과 또 다른 한 쪽 눈에서는 눈물이 비 오듯 쏟아져 붉게 옷을 물들이고 있었다.
“여보, 나는 이제 앞도 못보는 장님이 되었소! 나 때문에 더 이상 고생하지 말고 당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오.”
도미는 아내가 너무도 불쌍하여 진심으로 한 마디 권고했다. 그러자 아내는 서럽게 한이 복받쳐 흐느껴 울면서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전엔 저를 그렇게 믿더니 오늘은 왜 자꾸 못 믿을 얘기만 하시는 거예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구요! 네!?”
“그러고 저러고 어떻게 살아가겠소? 임금은 이제 우리를 붙잡자고 매일같이 뒤를 쫓을텐데, 후ㅡ”
긴 한숨소리가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도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자 아내는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도미의 목을 꼬옥 껴안고 속삭이듯 말했다.
“고구려로 가요. 고구려로 도망가자구요. 우리 고구려에 가서 살자는 말이에요.”
“옳소, 당신 생각이 참으로 옳은 생각이요. 그렇게 하자구요! 여보. 고맙소!”
도미는 아내를 꼭 껴안아 주었다. 도미의 아내는 도미의 가슴에 살짝 얼굴을 파묻었다.
이들은 한동안 서로가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이리하여 도미와 그의 아내는 천리길에 촌촌걸식하면서 낮에는 숲속에서 숨어 있다가 밤에만 걸어서 고구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들은 고구려의 산산이란 곳에 이르러 그들의 자초지정을 고구려 사람들에게 말하자 고구려 사람들은 그들의 사정을 가엾게 여겨 옷과 먹을 것을 주어서 그들은 그곳에서 서로가 깊은 사랑을 하며 행복하게 일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한편 이런 사실을 신하로부터 전해들은 개루왕은 그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조, 절개에 감동하여 그후로는 여색을 삼가고 국정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도미와 도미의 아내의 정절은 이후 백제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다.

 

바둑을 좋아한 어리석은 임금

백제 제21대 임금인 개로왕(蓋鹵王, 근개루왕이라고도 함)은 바둑을 좋아해도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아 ‘바둑임금’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본래 바둑을 좋아하는 왕은 바둑 잘 두는 사람이라고만 하면 그 어떤 사람이든지 마주앉아 대국하였으며, 바둑판만 벌려 놓으면 세월이 가는 줄 몰랐다.
‘바둑임금’은 온 나라에 방문을 내어 바둑 잘 두는 사람을 구하기도 하였으며, 또 그런 사람들을 상빈으로 삼았다.
어느날 조회를 마친 뒤 개로왕의 생각이 바야흐로 바둑판으로 쏠리고 있을 때, 마침 내시 한 사람이 들어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궁성 밖에 어떤 스님이 와서 바둑을 잘 둔다고 하면서 대왕과 대국해 보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래? 얼른 모셔오도록 하라!”
이윽고 그 중은 왕 앞에 와서 엎드려 절을 하고는,
“대사는 어디서 오신 분이며 존함은 어떻게 쓰시지요?”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