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뽑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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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뽑을 것인가?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2.03.29 14: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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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월 11일이면 선거를 통해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게 된다. 앞으로 이들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적어도 4년간 유권자들의 대리인 역할을 할 것이다. 선거란 모든 사람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없으니 대리인을 뽑는 행위다. 어느 개인이 바빠서 누군가에게 일을 대신 시키고자 할 때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대리인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그에 대한 믿음은 일처리 능력 뿐 아니라 인품까지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그가 정직하지 못하다면 일을 맡긴 사람은 큰 낭패를 보기 쉽다. 대리인이 능력 있고 정직할 때만 누구나 일을 맡기고 싶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것은 개인의 대리인을 선정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개인의 대리인과 국회의원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대리인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개인이 손해를 보게 되지만 국회의원이 정직하지 못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을 뽑을 때 더욱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유권자들이 먹고 사는 일에 바쁘기도 하거니와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이 국가와 지역에 유익한지를 유권자로서 분별하기가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정책의 옳고 그름이 국회의원을 뽑는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할 텐데, 대개의 경우는 정책이 대동소이하여 변별력이 없다. 그렇다보니 4년이 지나서 국회의원을 평가할 때도 그가 정책대결을 통한 유능한 정치인이었는지 그 객관성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유능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의 국회의원 모습을 떠올려 보면, 지역에 예산을 많이 따오고 경제적으로 지역에 도움을 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또는 지역구를 잘 관리하여 지역의 대소사를 챙기고 공·사적인 자리에 얼굴을 내비치는 경우다. 그러나 이제 이런 것으로 유권자의 정치인에 대한 허기를 채울 수가 없다. 유권자의 의식이 높아져 경제적인 문제로 환원되는 정책만으로 정치적 열정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적 지도자에게서 정책을 넘어 어떤 인격적인 힘을 발견하고자 하는데 이것이 정치적 카리스마라 할 수 있다. 현대의 정치인에게 카리스마는 도덕적 위엄을 갖출 때 나타난다. 막스 베버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곳에 카리스마의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 사람들은 정치지도자에게서 삶의 비전을 찾고 싶어 하며, 그 비전은 기초적인 경제행위 너머에 있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면 삶의 질은 그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 토대위에 도덕적 위엄을 갖춘 자가 삶의 비전을 신비롭게 제시할 때 그에게 사람들은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4년 뒤에 우리의 경제적 현실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영악하게도 알고 있기에 후보자들에게 도덕성과 정직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고 이웃을 소란스럽게 하지만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정직하고 깨끗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개연성(蓋然性)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영국의 저명한 인사들이 잠들어 있다는 웨스트 민스트 대성당 지하묘비에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지혜를 얻었을 때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도 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한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내가 내 자신을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가족이 달라지고 나라와 세상이 변화되지 않았을까…’라는 내용의 묘비명이 있다고 한다. 후보자들이여! 세상을 바꾸겠다고 이웃을 향해 핏대를 올리지 말고 정직하고 성실한 대리인이 되겠다는 진정성을 먼저 보여주시라. 그러면 어렵지 않게 표를 얻을 수 있으리라.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설명하면서 ‘족식(足食.경제적 풍복), 족병(足兵. 전쟁 억지력), 민신지(民信之. 국민의 신뢰)’라고 했다. 이에 제자 자공(子貢)이 이들의 우선순위를 묻자, ‘국민의 신뢰와 경제와 국방’의 순이라고 답한다. 이것은 공자가 각 나라를 주유천하(周遊天下)하면서 세상을 바라본 그의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나로 꿰뚫어 봄)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믿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그것이 별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믿음이 정치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인과 국민의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개인끼리도 신뢰와 의리가 중요하다. 어느 당의 대표자 격인 사람이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했다는 말은 그녀가 처한 상황을 떠나서라도 의미 있게 들린다. 정치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독일의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이 사임한 외신 뉴스가 있었다. 그가 대통령에서 사임한 주요 원인은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가 공인으로서 정직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정치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는 엄격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억 원씩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돈이 정치인과 연관된 계좌에서 발견되어도 꿈적하지 않는 것을 보면 독일의 정치문화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정치인이 정직하지 않을 때 사임할 수밖에 없는 독일 사회는 도덕적으로 성숙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정직은 정치인이 지켜야하는 명예와 같은 것이며 도덕적 위엄은 강한 지도자를 만들어 내는 요소가 된다.

우리의 성숙한 사회를 위해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을 뽑는 선거에서 후보자의 높은 정직성과 도덕성을 더 요구해야 한다. 정치는 세간에서 선·악이 선명하게 구분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보면, 국가의 미래를 불안하게 할 포퓰리즘적 선거공약, 허섭한 정책을 들고, 인맥·학맥을 통하여 비루(鄙陋)하게 표를 구걸하는 후보 보다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정직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 지역을 발전시킨다. 지나온 역사가 이것을 말해 준다. 좋은 국회의원을 뽑는 경우보다는 도덕적으로 나쁜 국회의원을 피하는 경우가 국가와 지역발전에 훨씬 중요하다. 좋은 지도자들이 사회발전에 기여할 여지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나쁜 지도자가 사회에 끼칠 해악에는 한도가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여! 누구를 뽑을 것인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후보자의 정직성과 도덕성을 찬찬히 살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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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정 2012-03-29 20:20:52
총유권자가 4021만명이라는 총인구는 몇명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선거가 다가오면 정말 지겹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발하는 공약과 뻔뻔한 도덕성에도 당연함을 부여하는 사람들...변화하지 않는다지만...분명 변화하고 있음을 인지합니다. 정직성과 도덕성은 당연한 기본인데도 잘 하는것을 빼고라도 그 뻔뻔함을 보고 싶지 않네요.
인지의 글 잘읽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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