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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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
  • 홍주일보
  • 승인 2021.01.0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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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이 한권의 책

“문재인 정권은 어떻게 싸가지 없는 독선과 오만의 수렁에 빠져들게 됐는가?”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지난 24일 출간한 신간 ‘싸가지 없는 정치-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에서 우리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2000년대 ‘안티 조선운동’을 주도하며 현실 참여 진보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강 교수가 문재인 정부·여당을 향해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곱씹어 봐야할 대목이다.

강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나는 문 정권이 정치를 ‘적을 타도하는 전쟁’으로 이해하는 기존의 정치관을 버릴 것을 촉구한다”며 “그리고 우리 모두 ‘증오’를 ‘정의’로 착각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역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내 나이 이제 6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25년 전의 나, 39세 젊음의 열정을 다시 소환해 ‘정말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나름 비장한 각오로 이 책을 썼다”며 “무조건 자기편이 옳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자신을 좀 내려놓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에 참여하고 일조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진영의 양극화가 극대화했고 상대를 절대 용인하지 않는 ‘진영의 정치’가 우리사회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켰는지를 분석·논평한 책이다. ‘추미애 윤석열 대립’ 등 최근 사례에 대한 강 교수의 비판적 시각이 분명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책은 총 챕터 20장으로 구성돼 있다. 왜 문재인은 늘 고구마처럼 침묵할까, 왜 문재인은 ‘공사 구분 의식’이 모호한가, 왜 문재인은 ‘의전’으로만 소통하는가, 왜 문재인 정권은 적에게 포위됐다고 주장하는가, 왜 문재인 정권은 정치를 ‘적과 동지’의 대결 구도로만 보는가, 왜 유시민은 김정은을 ‘계몽 군주’라고 했을까, 왜 추미애는 졸지에 ‘이순신 장군’이 됐는가 등 진보 진영의 위선과 독선을 꼬집는 질문으로 각 챕터를 시작한 것도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대해선 “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고구마처럼 침묵하고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내로남불형 유체이탈 화법’으로 주요 발언엔 영혼의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라 강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등 현 정권하에서 벌어진 수많은 논란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물론 정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싸가지 없는 정치가 편 가르기는 물론 절차적 정당성 무시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강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싸가지의 사전적 의미가 욕설이 아닌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며 “내가 열망하는 건 ‘싸가지 있는 정치’, 즉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진영을 떠나 진보 논객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서민 단국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등이 지난 8월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를 출간하며 문재인 정부에 공개적으로 포문을 연 데 이어 홍세화(73) 전 진보신당 대표와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도 잇달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언론사 칼럼과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을 ‘착한 임금님’에 비유하며 “불편함을 외면하면서 대통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86세대 운동권’에 대해서는 “민주 건달”이라고 평가했다. 

원로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월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에서 한 특강에서 “더불어민주당 내부 구조를 보면 당내 민주주의가 없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도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제목의 시를 공개하고 “나를 처벌해 달라”며 “법으로 지키려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5·18을 살리는 길”이라고 ‘5·18역사왜곡 처벌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강준만은 이 책에서 상대를 용인하지 않는 ‘진영의 정치’가 사회의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켰는지를 분석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에 대해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 또는 범죄에 비해 적정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가혹하게 당했다는 시각에 꽤 동의한다”면서도 “특수부의 그런 효율적인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걸 원 없이 이용한 건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특수부의 칼이 자신을 향하자 펄쩍 뛰면서 ‘윤석열 죽이기’에 돌입한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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