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사 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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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사 고목〉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6.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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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4〉

지난번에 하던 스케치를 마저 하기 위해 대련사에 두 번째 갔다. 그림의 대상이 되는 것과 마주 보고 앉아서 하면 더 없이 좋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딱히 대안이 될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진을 찍어서 보고 하는 방법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나와 맞지 않는 방법 같았다. 자꾸 사진에 의존하게 되면서 사진을 본다는 것을 갑갑해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서 할 때 하더라도 우선은 하던 대로 흥겹게 하고 싶었다. 대련사 돌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를수록 드러나는 극락전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돌계단 양쪽에 자리 잡은 고목이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워 입구는 어두운데 극락전은 밝은 햇빛 아래 놓여 있어 마치 해탈하듯 환한 빛을 맞이하게 돼 있었다. 내친 김에 돌계단 아래에서 바라보는 극락전을 그려보려도 이리 저리 걸음을 옮겨 보았다. 계단 중간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에는 행인들의 걸음을 방해할 것 같아 천천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 오셨군요’ 젊은 비구니 승이 나와 반기셨다. 검정색 강아지도 딸랑딸랑 방울을 울리며 어디선가 나타나 꼬리를 흔들었다. 내가 앉은 맞은 편 종무소에서 주지스님이 문을 열고 나오셨다. 종무소는 아직 밝은 햇빛아래 있고 마당은 고목의 짙은 그늘에 덮여 있었다. 

젊은 스님과 주지스님이 사다리를 둘러메고 계단 아래로 내려 가셨다. 계단 아래서 두 스님의 목소리가 울려 마당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뚝딱 뚝딱 망치소리도 들렸다. 조용하던 절집에 망치소리, 힘들여 일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아! 부처님 오신 날! 대련사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부처님 오신 날을 알리고 있었다. 내일이면 대련사 마당에 가득 꽃등이 걸려 있을 것이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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