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그 고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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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그 고유의 가치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9.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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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반려동물, 캣맘, 데이트폭력, 1인 가구, 저출생 등이 사회적 논의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한류는 축적된 우리 문화의 저력이라면, 다른 문제들은 전통문화의 파괴로부터 생겨난 것이라 본다.

한류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에 초대받은 BTS는 현대(수입문화에 뿌리를 둔) 대중문화에 한국인의 역량이 더해진 것이라면 불고기, 비빔밥 등은 우리 것 그대로이고, 소리패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우리 것의 현대적 해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므로 한류는 우리 문화의 깊이와 저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긍정적 발로이다. 반면 반려동물, 캣맘, 데이트폭력, 1인 가구, 저출생 등은 전통문화의 파괴로부터 파생된 문제라 하겠다. 

거칠게 표현하면 반려동물, 캣맘 등은 인간성 소외에서 비롯됐고, 데이트폭력, 1인 가구, 저출생 등은 인간성 상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이 같은 진단은 입장에 따라 다소 거북할 수 있다. 그러나 키우기 버거워 버려지는 반려견이 들개로, 반려묘가 길고양이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인류 최고의 난방시설인 한옥(온돌)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집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고 동물을 안고 잠을 잤던 침대문화와 달리 방바닥에 앉고 눕는 구조로 짐승이 방으로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한 이불 밑에서 지지고 볶으며 만들어진 살붙이 피붙이의 따뜻한 정은 서로를 수용하는 이해와 화합으로 승화됨으로 짐승에게 정을 붙이지 않아도 결코 외롭지 않았다. 캣맘 역시 길고양이들이 다른 짐승들을 멸종으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이것은 마치 고양이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심리는 ‘생명을 아낀다고 하는 착각하는’ 자기애의 충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나친 반려동물에 대한 집착은 인간성 소외가 만들어낸 문화현상이라 하겠다. 

데이트폭력, 1인 가구, 저출생 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직업이라는 계약적 관계를 떠나서 함께 어울리며 불편을 감소하는 인간관계를 배울 기회가 사라졌고, 자신의 편리와 즐거움을 위해 자신이 속해있는 가족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 본다.

명절은 가족이라는 혈연공동체와 사회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하고 화합을 기본으로 하는 인간성 회복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차례 등으로 혈연공동체를 확인하고, 마을 사람 전부가 참여하는 대동놀이는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시켜 온 것이다. 

부부간에도 싸움이 있듯, 사람이 모이면 온갖 갈등과 반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때 혈연공동체는 예의라는 위계질서로 극복해 화합을 유도하고, 마을에서는 한바탕 놀이를 핑계 삼아 그동안 서먹했던 관계를 풀어내어 공동체의 안녕을 꾀해왔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놀이는 경기처럼 승패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그 뒤에 벌어지는 흥건한 뒤풀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직업군이 다양한 현대사회는 명절의 대동놀이를 다소 부족하나마 축제가 대처했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하고 차례 등으로 혈연공동체에서 배우는 인간의 기본예절은 아무런 대안 없이 망가지고 있다. 여기에 명절 때만 되면 시댁과 며느리의 갈등을 조장하는 ‘가족화합 깨뜨리기 대회’라도 열린 듯 아무런 대안 없이 앞다퉈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들이 심각성을 더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배운다 하지 않았던가. 명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간의 기본심성과 예절을 배우고 점검하는 교육의 장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옛 어른들이 가가예문이라 했듯이 가정은 술과 화투판, 오락게임 등을 접고 각자의 형편에 맞는 명절의식을 만들어 인간성 회복에 힘써야 하고, 사회적으로는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을 심사하는 ‘바칼로레아’에 제시된 문제를 전 국민들이 함께 토론하듯이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의 위상에 걸맞는 인문학적 수준을 높여가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범상스님 <석불사 주지·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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