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정비공업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박상권(51. 현대블루핸즈 오관점) 씨는 요즘 퇴근길이 무척이나 즐겁다. 늦은 나이에 얻은 세 살배기 딸내미 소연(3)이의 애교는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자양강장제와 같다.
박상권 씨가 캄보디아 출신 본 다비(25. 국적 캄보디아) 씨와 결혼식을 올린 것은 햇수로 5년 전. 5년 이라는 시간 동안 딸아이 하나를 두었고 지금 다비 씨의 뱃속엔 세상 빛을 기다리는 둘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다문화가정 부부라고 조금은 특별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결혼생활은 전 세계 부부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흔히 말하는 ‘칼로 물베기’의 연속이었다.
박 씨가 다비 씨를 만나게 된 것은 친구의 권유로 떠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박 씨는 “늦은 나이에 지금껏 혼자라고 친구들이 한 마디씩 하는 것도 서러운데, 외국인과 결혼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화가 나기도 했다. 캄보디아에 간 것도 반은 오기로 갔던 거나 다름없었는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슬며시 5년 전 캄보디아 현지에서 치렀던 결혼식 장면이 담긴 앨범을 내미는 박 씨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사진 속 꽃보다 아름다운 젊은 신부와 새 신랑 박 씨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을 만면에 띠고 있었다.
다비 씨는 현재 다문화센터에 다니면서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는 캄보디아인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결혼 이후 한국에 오자마자 남편의 권유로 다문화지원센터에 다니면서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한국어를 익히고 사회성을 기르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다비 씨가 딸아이를 데리고 1달여간 친정인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내를 위해 박 씨가 준비한 선물 같은 것이었다. 박 씨의 “한 달 이나”라는 말에 다비 씨는 “한 달이 너무 빨리 갔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이제 두 달 후면 박 씨 부부의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 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부지런한 박 씨는 이제 더욱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 노모와 아내, 그리고 두 아이. 박 씨를 바라보는 식구는 늘었지만 박 씨는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이라고 별다를 건 없어요. 이제 결혼 5년째이지만 지금까지처럼 별 다른 문제없이 오래오래 우리 식구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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