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홍성 유기농특구 위기의 친환경농업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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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하는 홍성 유기농특구 위기의 친환경농업 전망은?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1.2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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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구지정 이후 오히려 면적 감소, 친환경 농가 수도 대폭 줄어
수익성 낮고 노동력 많이 들어,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철학 필요

오리농법의 발원지이자 전국 최초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된 홍성에서 친환경농업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중소기업청이 유기농업특구로 지정한 관내 582ha의 친환경농업 인증면적은 지정 이후 7년이 흐른 지난해 519ha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8년 675호에 달하던 친환경 농가 수도 지난해 기준 437호로 대폭 줄어들었다.


■ 친환경농업의 쇠퇴는 전국적인 현상
환경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면서 관심이 고조됐던 친환경농업의 쇠퇴는 비단 홍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의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16~2020년)’ 평가지표 4개 가운데 3개가 미달성된 것을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 비율을 2015년 4.5%에서 2020년 8%로 확대한다고 했지만, 2020년 기준 5.2%에 그쳤고, 2015년 4.6%에서 2020년까지 1%로 낮추는 걸 목표로 한 인증 부적합률은 0.4% 낮춘 4.2%에 그쳤다. 

화학농약·비료 등 화학자재 사용량도 낮추도록 목표를 세웠으나 오히려 증가했고, 농식품부는 관련사업 예산마저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농식품부의 친환경농업 관련 예산은 2017년 대비 10% 삭감된 2635억 원이다. 

홍성의 경우 2022년도 농업정책과 본예산 세출예산서에서 친환경농업 육성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14.39%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4억 규모였던(1,493,341천 원) 친환경농업 육성 예산은 올해 약 12억(1,278,479천 원)으로 축소됐다.


■ 실효성 없는 지역특구제도·친환경의 범위
조순영 홍성군 농업정책과 친환경농업팀장은 “유기농업 관련 축제 시 도로법 특례, 유기농산물 생산을 위한 농지법 특례 등 각종 특례가 있지만 농가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진 않는다”면서 “특구로 지정됐다고 해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환경농업 자체가 농약을 사용할 수 없어 잡초를 일일이 제거해야 하는 등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수익성도 높지 않아 친환경농업에 신념을 가지고 종사하는 분들 외에는 지속하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영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환경자원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1월 농민신문 기고를 통해 “기존의 친환경농업정책에서는 친환경농업을 정부가 나서서 육성해야하는 산업으로 접근해 유기농업의 철학이 무시된 관행화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이어져왔고, 다수의 정책 담당자와 농민·소비자가 친환경농업을 국가가 육성해야 하는 친환경 인증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해 친환경의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했다”며 “이런 인식 때문에 농촌지역 환경문제 해결법으로 친환경 인증 농가수·면적 확대를 만능 답안처럼 제시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 친환경 외연 넓히고 생각 전환해야
임영아 위원은 이어 “정책 목표를 친환경 인증 육성에만 둘 것이 아니라 영농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이에 대한 노력을 국민에게 인정받아 농업 전체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며 “인증 중심에서 탈피한 ‘친환경농업’으로 친환경의 외연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새로운 농업환경정책과 기존 친환경농축산물인증제 사이의 위상·관계 정립이 선행되면 인증농가와 비인증농가의 혼란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업과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주로 식품안전 측면에서만 인식하고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생태계 제공 부분을 간과함으로써 가치부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존 친환경인증농가는 상대적으로 수가 적지만 다양한 농업환경정책 확산을 위해 지역 선도농가 또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성군은 친환경 학교·공공급식센터를 확장하고 친환경농업 인프라 확대를 통한 생산 유통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을 실시해 대상자에게 1인당 연간 48만 원 상당(자부담 9만 6000원)의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해주고 있다.


■ 시장 논리 벗어나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
국제유기농운동연맹은 유기농업의 4대 원칙으로 건강, 생태, 공정, 배려를 내세웠다. 환경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농업은 현세대만을 위한 것이고, 후세대가 누려야할 권리를 빼앗아 그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친환경농업을 두고 자연환경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배려’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환경농업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식품의 안전성도 중요하지만 친환경농업 최우선의 가치는 아니다. 친환경농업의 목적으로 ‘안전한 농산물 공급’을 내세운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친환경농업의 궁극적 목적은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국내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높은 가격’을 꼽는다. 자연과 환경에 대해 선진된 인식을 가진 국가에서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전한 먹거리 확보가 아닌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 의식이라고 한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필가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호숫가의 작은 오두막에 기거하며 집필한 저서 ‘월든’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콩의 결실을 내가 다 거둬들이는 것은 아니다. 잡초들의 씨앗이 새들의 주식일진대, 잡초가 무성한 것도 실은 내가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농사가 실패하는 일이 있겠는가? 숲에 밤이 열릴 것인지 아닌지 다람쥐가 걱정을 않듯 참다운 농부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밭의 생산물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최초의 소출뿐만 아니라 최종의 소출도 제물로 바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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