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明心寶鑑)이란 거울 앞에서
상태바
명심보감(明心寶鑑)이란 거울 앞에서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2.01.27 0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의 여진은 홍성군사회복지관 초등학교 한자교실에도 휘몰아쳐서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았다. 철저한 방역과 코로나의 진동이 조금은 잠잠한 환경에 다시 한자교실의 문을 열어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목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에게 난데없이 “선생님은 한자를 몇 년이나 가르치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말에 나도 모르게 “응, 몇 십 년을 가르쳤지!”라고 대답을 하고 과연 그 말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아마도 이런 것이 자화자찬이 아닐까, 원래 한자가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서 학생들과 공부하며 게임을 가미하고 한자 CD로 노래도 부르니까 좀 흥미로워서 하는 질문으로 받아드렸다.

돌이켜보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서당에서 2년간 배운 것이 밑천이 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자 강사가 될 줄이야….

어언 30여 년 전인 지난 1993년 현직에 있을 때 어느 주부가 면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발급하다가 한자를 몰라 무안을 당했다면서 20여 명의 주부들을 모아 ‘애지회(愛智會)’라는 모임을 만들고 야학으로 한자 배우기를 원했다.

그것이 시초가 돼 홍성문화원 주부 한문교실, 홍성군청소년수련관과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에서 한편 인성교육으로 명심보감을 홍성교도소와 청로회에서 그리고 홍성군사회복지관에서 만학도들이 고졸 검정고시반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가슴이 뛰게 되는 감동을 받아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처럼 함께 공부를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한자와 명심보감을 공부 한 곳이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인데 지난해 갑자기 오래된 노인 강사들을 퇴출하는 바람에 갈 길을 잃고 허탈한 심정으로 되돌아섰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라는 말처럼 노인도 때로는 쓸모가 있을텐데…. 그래서 이쯤해서 포기할까? 하다가 마라톤 선수가 생각났다. 그들은 42.195kn를 달리는데 중간에 숨이 막히고 도저히 더이상 달리기 어려운 지점인 사점(死點)에서 포기하면 그 다음에는 다시 뛸 수가 없고, 그 고비를 참고나면 정상적인 페이스로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간 쌓아 올린 집이 그대로 허물어지는 꼴이 되니 다시 용기를 얻어 사회복지관에 문을 두드려 새로운 길을 열게 됐다. 혹자가 ‘왜 명심보감을 수업하려고 하는가?’물으면 “놀면 뭐해, 그냥 노느니!”라는 심정이고 과장해서 말하면 “배워서 남 주자”라는 표현이 어떨까! 역시 명심보감이란 우리네 삶과 같이 호흡하는 고전으로 인격수양과 인생의 잠언처럼 가까이 하기에 좋은 필독서이다.

그중에 한 구절을 보면 ‘일일불념선(一日不念善)이면 제악(諸惡)이 개자기(皆自起)니라’는 하루라도 착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갖가지 악한 것들이 모두 일어나서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 인류에게 죄악을 잉태하게 되는 원인으로 인간들은 마음 속에 선과 악의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을 말하지 않아도 인간들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여기 명심보감이란 거울 앞에 내 모습을 비춰보며 매일 매 순간마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악의 가지를 선이란 톱으로 자르며 사는 것이 아닌가! 때로는 인위적인 결심으로 어려울 때는 신앙의 힘으로 극복해야 되지만 그 이전에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한 번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꽃은 피어야 아름답고, 바람은 불어야 시원하고, 인생은 즐겨야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명심보감은 배워야 느낄 수 있다. 코로나는 함정이 아니고 터널이니 봄이 오는 길목에서 무료하게 방안에만 갇혀 있지 마시고 단단히 마스크로 무장하고, ‘놀면 무엇해! 노느니!’하고 문 앞에 보이는 지혜의 샘을 향해 한 번 사회복지관의 문을 두드려 보길 바란다.

관심 있는 분들은 사회복지관 담당자에게 문의하길 바라며 오는 2월 9일, 첫 차가 출발하고자 한다. 열차 표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