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의 현주소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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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의 현주소와 과제
  • 이성복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2.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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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서 홍콩독감,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로 팬데믹을 선언하게 만든 코로나19는 세계적인 대유행을 넘어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국가적으로 보건의료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조속한 확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총 230개로 나타나 있다. 전체 의료기관 대비 5.6%, 병상은 9.7%에 불과하다. OECD의 평균 공공병원 비율은 53.7%, 공공병상 비율은 71.9%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의 1/10 수준이다. 그나마도 지역별로 편중돼 70개 진료권 중 27개에는 공공병원이 전무하다. 지방의료원 등 일반의료 중심의 공공의료기관도 2019년 말 기준으로 6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공의료 부족은 급성심근경색 응급진료 등 필수 의료서비스 공급을 제한해 지역별 건강 격차를 초래하며, 현재 전체 의료기관 중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취약한 공공의료는 지역 간 의료공급 차이와 건강 수준의 불평등, 상급병원 쏠림 등 비정상적인 의료공급체계 문제 등을 유발하고 있다. 민간이 공급을 주도하면서 수익성이 높고 의료수요가 많은 대도시로 의료기관이 몰리고, 수익성은 낮고 위험도가 높은 분만, 중환자실 등의 진료를 기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어촌 등에는 생명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은 응급·분만 등의 필수의료 공급 부족으로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한 사망자의 비율이 2015년 기준 서울이 44.6명, 충북은 58.5명으로 1.3배의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표준진료에서 벗어난 과잉·과소 진료 유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의료안전망 약화 등의 문제가 있다.

공공의료가 확충될 경우, 국가재난 대응과 취약계층 치료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정립 등 다양한 역할이 가능하다. 공공의료기관은 모델병원으로서 과잉이나 과소진료가 아닌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진료를 제공하고 이에 기반한 원가자료 산출도 가능하다. 표준진료로 민간의료서비스를 선도해 지역의 의료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권역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과 연계할 수 있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역 균형적으로 분포시키면 지역 간 의료서비스의 격차를 줄이고 정상적인 의료공급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공공의료기관은 평소 일반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국가적 재난·재해·응급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집행수단으로서 새로운 보건의료정책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우선 수행할 수도 있고, 국내 개발 의약품이나 의료장비 등의 Test-bed 역할 등 전체 보건의료 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 운영 측면에서도 공공의료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건강보험은 매개자인 의료공급자를 통해서 고객에게 현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좋은 공급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과재원 확충과 징수 강화로 수입을 확대하더라도 좋은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공이 주도해 양질의 표준서비스를 개발하고 확산한다면, 합리적인 공급자가 늘어나 국민은 더 건강해지고 건보재정도 더욱 튼튼해질 수 있으며, 건강보험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확산 위기 상황에서도 누구나 신속하게 검사·치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사회안전망 구실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공공병원이 현재 5.5%에 불과한 상태에서 일부 병원의 확충으로는 전달체계 개선 등의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공공병원 신축에는 7~8년이 소요됨을 고려할 때 보험자를 비롯해 지자체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해 확충을 추진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 설립·운영 비용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공공병원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사회간접자본 대비 공공병원 투자비용은 큰 편이 아니며, 공공병원 1개 건립비용은 1500~2500억 원이 소요되므로 대략 고속도로 8km, 철도 11km 건설비용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사업 등에 대해 비용 편익 등을 검토하는 절차인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와 지자체 국고보조금 차등 지원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 밖에 현재 열악한 공공병원의 인력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경영자율권도 보장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를 확보하여 선순환 운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해에 코로나19 상황을 직접 살펴본 필자로서는 대선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을 보면서 국가적 재난에 대한 정치권의 위기의식이 여전히 부족해 보여 안타깝다. 남은 기간이라도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대선 후보자들의 제대로 된 청사진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성복 <충남도립대학교 겸임교수·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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