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왔는지 이집 저집 문간 기웃거리다
기저귀 빨래 줄에 앉아 눈 맞춤하고는 훌쩍 날아가더니
이제는 제법 제 집 인양 무시로 드나들며 인사까지 건넨다.
담장의 덩굴장미 붉은 웃음 피어나던
5월의 어느 날 부터 인가
마른 풀 잎 입에 물고 분주하더니
붉은 향기 고와라 모두가 반길 적에
둥지 틀고 주변을 경계하며
번갈아 먹이를 나르는구나.
담장 위에 쪽쪽 소리 방안까지 울려 올적에
방안의 손녀딸 걸음마 첫 단계 따로서기 보여주니
온 식구 대견하여 손 벽치며 좋아하네.
새끼 새 퍼덕퍼덕 날개 짓 하면서
둥지에 올라 앉아 어미 흉내 제법일제
어미 품 손녀딸 따로서기 한결 능숙해졌다.
장미 향기 담장 너머 이웃 나들이 떠난 사이
딱새 가족 모여 앉아 회의를 한다.
정든 집을 어찌하고 떠나야 하는가?
이별의 인사는 어찌 하려 하는가?
‘쪽 쪽 쪽’ 소리 내며 맴돌곤 하다가
붉은 꽃 잎 계약서 남겨 놓고
내년을 기약하며 담장 너머로 사라져간다.
딱새 날아간 후에는
붉은 볼 손녀딸 걸음마도 시작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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