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당신이 희망입니다] 4. 친구에서 부부로 행복한 동반자 된 김기원(48), 정영숙(48) 부부
홍주신문이 창간 5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당신이 희망입니라’라는 주제로 삶의 희로애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터전을 일구고 있는 ‘착한 이웃’들을 만나 그동안의 여정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결성면 교촌마을 부석만·노인옥 부부
② 거북이마을에 활력 불어넣는 청년귀농인 길익균 씨
③ 음악이 있어 즐거운 사람들, 직장인밴드 ‘박하사탕’
④ 일상에서 작은 행복만드는 청운관 김기원·정영숙 부부
⑤ 사랑과 봉사 실천하는 행복한 염습사 김달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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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가녀린 체구에 몸집보다 더 큰 철가방을 한 손에 들고 “짜장면 왔습니다”를 외치는 중화요리 ‘청운관’의 안주인 정영숙 씨. 배달 올 때마다 늘 씩씩한 웃음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아 인터뷰 요청을 드렸다.
알고 보니 청운과 주인 내외는 남편 김기원 씨가 주방에서, 아내 정영숙 씨가 배달을 하고, 함께 식당을 경영하면서 알뜰하게 살아 가는 동갑내기 부부였다.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났는데 알고 보니 배양초(10회) 동창이더라구요. 한 2년 친구처럼 지내다가 결혼했다”고 부인 정 씨가 말문을 열었다.
남편 김 씨는 “처음엔 초등학교 동창인지 몰랐어요. 어린시절 저는 무척 활달하고 덩치도 컸지만 아내는 말도 없고 키도 작고 몸집도 무척 작았어요. 애써 찾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죠. 근데 지금은 여전히 몸집이 작아도 저보다 훨씬 강인하고 낙천적이고 추진력도 세고 하여튼 여장부가 다 됐어요. 괜히 저 만나 고생시켜 억척스럽게 만든 것은 아닌지 가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러네요”라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슬쩍 전한다.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이 되면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느냐고 주변사람들이 자주 물어봐요. 하지만 저희 부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결혼하고 나니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우리집이 너무 가난했어요. 아버지께서 마흔 살에 돌아가셨고, 친정엄마 서른 아홉에 혼자 되셔서 5남매를 키우셨어요. 반찬이 없어 굵은 소금을 들기름에 구워 그거 한 가지로 밥을 먹을 정도로 어려웠는데, 남편이 안양에 집을 사 놨다고 하는 거예요. 서서히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낄 무렵이었던 차에, 이참에 결혼해 남편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도 괜찮겠다 싶어 결혼을 승낙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 사놨다는 게 농담이었다는 거예요”라며 속아서 결혼한 셈이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한참을 이런 저런 유쾌한 과거 이야기로 정신없이 떠들다가 정 씨는 결혼하고 2~3차례 자궁 외 임신 등 유산의 고통을 겪으며 3번의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는 가슴 아픈 속내를 드러냈다.
“세 번 정도 아이를 잃었어요. 나팔관 양쪽을 떼어내고 나니 희망이 없더군요. 그래서 남편에게 다른 여자한테 가라고 했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의 심정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시어머니의 눈치도 봐야 했고, 어느 날 친정엄마가 너는 남들 다 낳는 애도 하나 못 낳는다고 한숨을 쉬시는데 마치 엄마가 죄인인 것처럼 주눅 든 모습에 너무 속상했어요”
결혼하고 6년 만에 몸무게가 39kg까지 빠질 정도로 맘고생이 심했다. 이혼을 생각할 만큼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함께 손을 맞잡고 시험관시술에 도전하여 한 번에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는 축복을 받았다.

“첫째 원호는 아직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진 못했지만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해요, 둘째 영호는 나중에 경찰이 되고 싶다네요”라며 자식 자랑에 어느새 아픈 과거는 잊어버린 채 금방 신이 나서 대화를 이어갔다.
부부가 24시간 내내 함께 있다 보니 이젠 서로 누가 화났는지를 알게 되고, 화가 나면 우선 맞부딪히는 걸 피한다고 한다. 대화가 언쟁으로 바뀌면 결국 상처 주는 싸움으로 변질되는 걸 겪으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려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아무 욕이나 실컷 내뱉어요. 한 바퀴 ‘쌩’ 돌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린다”며 정 씨는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드러낸다.
“결혼하고 홍성에 내려와 빈손으로 조양문 근처에 가게를 차렸어요. 5년 동안 둘이 밤낮으로 일했지만 빚만 지고 가게를 접어야 했다”며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하는 남편 김 씨는 “몸이 허약한 아내가 식당일, 집안일로 바삐 보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으며 아내 사랑하는 마음을 넌지시 표현했다.
부부는 “손님들이 음식 하나도 남기지 않고 나가면서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라고 할 때가 제일 고마워요. 그게 음식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라고 할까요? 이윤을 조금 남기더라도 손님들 입맛에 맞게 푸짐하게 차려 드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편은 인터뷰 내내 주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말주변도 없고 할 말도 없는데, 그리고 우리보다 더 열심히 사는 분들도 많은데 소개되는 것이 오히려 좀 민망스럽단다.
남편 김 씨는 “살아온 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났으니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죠. 부부싸움은 서로 다른 걸 맞추기 위한 과정 같아요. 부부문제든 자녀문제든 길게 보면 좋겠어요. 조급하게 생각하면 파국으로 가지만 길게 보면 다 이해가 되거든요”라며 긍정의 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크건 작건 소소한 것에 행복하고, 두 아들이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에도 큰 기쁨을 누린다고 말했다. 앞으로 가족들이 건강하게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내며 부부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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