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오해, 창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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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오해, 창세기
  • 최교성 세례자 요한 <홍주성지 전담 신부>
  • 승인 2022.04.0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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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성서의 첫 시작부터 시비를 거는 경우가 많다. 선악과 이야기부터 신이 인간을 흙으로 만든 이야기부터 온통 상식 이하의 소설 같은 이야기이니 말이다. 필자 역시 구약의 창조신화는 어릴 때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리스신화를 가지고 역사와 과학에 맞지 않는다고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가 허구이고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을 모두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화나 동화 이솝이야기를 사실이냐 허구적이냐고 따지지 않는다. 모든 신화는 사람이 만들어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안에는 깊은 인문학, 인간의 길, 철학,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스신화는 지금도 계속 읽히고 있다. 그 안에 교훈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화(미토스)는 모든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정신적 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적 과학적 사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성서 역시 영적인 이야기를 목적으로 한다. 특히 창세기의 창조신화는 허구다.

세상 창조와 인간의 창조 이야기와 아담과 하와, 바벨탑 이야기, 노아의 홍수 이야기들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그리스신화와 같이 인간의 속성, 나약함, 탐욕, 욕망을 잘 드러낸 만들어낸 허구적인 내용이다. 하느님이 창조한 순간을, 그 사실을 보고 쓴 사람은 없었다.

구약성서에서 가장 먼저 쓴 책은 창조신화가 아니다. 출애굽을 담고 있는 탈출기, 모세의 홍해 바다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건인 모세의 이집트 탈출은 인간적으로 절대로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년 전에 이집트는 지금의 미국처럼 부유하고 막강한 나라였다. 4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하는 유대인들이 그곳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모세를 통해 10가지의 기적과 홍해 바다를 갈라 치면서 유대인들의 탈출을 이끄신다. 이 역사적인 출애굽 사건이 가장 먼저 쓰인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불가능을 가능한 사건을 기적을 체험한 유대인들이 신적 체험을 쓰기 시작한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하느님이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세상의 창조주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 출애굽사건은 구약에서 가장 큰 체험이었다. 모세는 구약성서 중에서 가장 큰 인물로  여겨진다. 이 체험은 유대인에게 원체험으로 가장 근원적인 역사적 체험으로 여겨진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이 홍해바다를 건너간 체험을 기념한다. 부활절의 모체가 되는 과월절이 바로 그것이다.

창세기는 마치 하느님을 마술사와 같이 전지전능하신 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를 쓰듯이,  노래를 부르듯이 신을 찬양한 그것이 창조신화이다. 2500년 전 천동설이 지배했던 사람들이 영감을 받고 쓴 영적인 책인 것이다. 지금의 과학적 발달이 지난 지금의 눈으로 보면 유치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성서는 처음부터 역사적, 과학적 사실에 관심이 없었다. 인간의 모습을 기술한 것이다. 인간학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 생긴 것이 아니라 신으로부터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지 그 과정을 쓴 것이 아니다. 

특히 창세기 1-14장은 모두 허구적인 이야기이다. 가령, 노아와 홍수 이야기는 그 당시 근동 지방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동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끌어와서 노아 이야기를 재편집한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그런데도 하늘은 끝까지 인간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희망을 노아의 배는 상징한다. 그 배는 신약에서는 교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성서는 2500년 동안 수많은 문학 형식들을 다 함께 가지고 성장하고 발전해 온 것이다. 복잡다단하다. 서양에서는 책 중의 책으로 불리고 있다. 거의 많은 서양 고전들은 성서의 어느 한 부분을 주제로 삼아 쓴 책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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