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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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5.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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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42〉
장문혁(77) <고향집>  36×26㎝  종이에 수성싸인펜.

어렸을 때 살던 고향집의 기억을 살려 각자 그려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의 눈이 반짝하고 빛이 납니다. 순식간에 어린 시절 그 고향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고향집 얘기를 꺼내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이야기도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곧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집의 기억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선명하게 남는 것 같습니다. 

‘도로 내느라고 헐어서 우리 집은 없어졌어요,’ 부녀회장님이 말씀하십니다. 옛집을 잃은 노모가 아파트로 이사 가서 살다가 96세에 돌아가시면서 “우리 집에 못가고 죽는다.” 고 한탄하셨다고 합니다. 흙에서 살던 어르신에게 아파트에서의 삶은 불편하고 메마르기 짝이 없었을 것입니다.  

한 어르신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린 시절에 대한 짧은 글을 한편 써서 읽어주셨습니다. 술술 실타래 풀리듯 이야기가 매끄럽습니다. 겨울이 되면 물을 가둬 얼린 논에 가서 남자아이들과 썰매를 타기도 하고 연을 날리기도 했으며 밤에는 깡통에 불을 담아 빙빙 돌리며 쥐불놀이를 하였다. 하셨습니다. “남자 애들 노는데 가서 여자 애가 뭔 짓이다냐?” 하고 ‘엄마한테 어지간히도 꾸중을 들었다.’고 하십니다. 

어르신들 고향집 그림에는 소와 우물과 닭, 뜰을 어슬렁거리는 개가 등장합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풍물입니다. 장문혁 어르신의 그림에도 소와 우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우물에서는 두레박을 풀어 물을 길어 올리고 소는 외양간에 매여 있습니다. 물을 길어 올리고 소가 외양간에 있는 걸 보면 밥을 짓는 아침이거나 저녁 무렵인 것 같습니다. 낮 동안에 소는 들에 나가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가장 든든한 일꾼으로 주인은 소를 위하고 사랑했습니다. 가까이 두고 대화하고 어루만지며 자랑스러워하였습니다. 

장문혁 어르신의 고향집 그림을 보노라면 참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방실방실 웃는 꽃과 초가지붕 위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풍요와 행복을 말해줍니다.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나무와 파란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도 평화롭기만 합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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