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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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위로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5.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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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44〉

어르신들이 댁에서 그려 오신 그림들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계셨습니다. 숙제 검사를 맡으려는 학동들 같았습니다. 열심히 한 숙제를 선생님 앞에 내놓고 칭찬을 기다렸던 나의 어린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댁에서 그릴 것을 따로 정하지 않아도 어르신들은 이제 그림을 그려 오십니다. 그 마음이 고마워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 태화 어르신은 꽃밭을 그려오셨습니다. 지금까지 그리신 것과는 다르게 색채가 화려하고 산뜻합니다. 언뜻 보기에도 꽃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붉은 담장과 연두색 넝쿨의 조화도 아름다웠습니다. ‘이 그림 따님에게 보이셨어요?’ 사진을 찍어서 보이셨다고 하십니다. 이 태화 어르신은 그림을 완성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따님에게 보인다고 하십니다. 따님의 격려와 응원이 힘이 되고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된다고 하십니다.  

어르신은 꽃 이야기를 계속하셨습니다. 사진기에 담은 꽃을 하나하나 보여주시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진기 속에는 갖가지 꽃, 화초들이 들어있었습니다. 동백, 개나리, 진달래, 각종 선인장, 군자란, 다육이 등. 온 집안에 빈틈없이 화분이며 화초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동백은 빨간 꽃송이들을 다닥다닥 달고 대문간에 서 있었습니다. 

‘이 동백은 집을 짓고서 처음 사다 심었다.’고 하셨습니다. 남편은 가신지 오랜데 남편이 심은 동백은 남아서 수천 송이의 꽃을 피운다고 하셨습니다. ‘꽃마다 얽힌 사연을 글로 써도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보는 것도 시간이 모지란다. 꽃 보는 게 좋아서 늦잠을 잘 수가 없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태화 어르신의 꽃들처럼 우리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기쁨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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