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문화가정에 선정된 이근형·윤옥열 부부

충남도는 제 17회 여성주간을 맞아 도내 15개 가정을 평등문화가정으로 선정해 각 시·군별 여성주간 기념행사 때 ‘평등문화가정패’를 전달한다. 올해 홍성군에서 평등문화가정에 선정된 이근형·윤옥열 부부를 만나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았다. <편집자 주>
부부는 잘 웃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서로 눈을 맞추고 웃음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성격이 다소 급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남편은 알고 보니 자상하고 온화한 성격이었으며, 천상 여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부드러워 보이는 아내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을 지녀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편 이근형(56. 해양장식) 씨는 큰시장에서 지물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내 윤옥열(47. 청로노인복지센터 시설장) 씨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올해 홍성군의 평등문화가정으로 선정된 이근형·윤옥열 부부는 평등문화가정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기쁜 마음보다도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다고 한다.
“평소에도 우리 부부가 평등한 관계인지 아닌지 따져보고 살았던 적은 없다. 오히려 내가 아내 밑이다. 경제권은 물론 사소한 걸 결정할 때조차 아내 허락을 맡는다. 화가 났는지 아내 눈치 보는 것도 나고,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하는 쪽도 나”라고 남편 이 씨는 농담처럼 말하며 “기사가 나가면 평등부부가 아니라 공처가라고 놀림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 놓는다.
“남편은 결혼 생활을 위해 참 많이 노력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다.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우리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고맙고 든든하다”
이들은 결혼하지 23년 된 부부로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큰아들 순성 군은 홍익대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데 현재 군 복무 중이고, 큰딸 순의 양은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막내 송희 양은 홍성여중 전교 학생회장이다.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그저 대견스러울 따름이라는 설명이다.
두 사람 모두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 신부님을 통해 알게 돼 그저 친하게 지내다, 만나면 결혼해야 하는 줄 알고 그냥 결혼했단다.
“부부가 같은 종교를 갖고 신앙생활을 함께 한다는 점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아 부부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둘 다 어머니가 성당 미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신앙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종교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주로 아이들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있단다. 아내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편이고, 남편은 세심하게 잘 챙기고 보살피는 쪽이다.
“남편은 제가 아이들을 방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야생으로 컸다는 표현이 맞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 아이가 독립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믿고 놔줘야 한다”
반면 남편 이 씨는 아이들과 노상 대화하는 걸 즐기며 이것저것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다. 부부는 자녀교육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으로 아빠의 역할을 강조하며, 일상에서 소소한 것이라도 자녀와 수다를 떨 것을 권했다.
전생에 천 번의 만남이 있어야 비로소 현실에서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다고 하니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것이 부부사이라 하지만 오랜 시간 살을 맞대고 살다보면 아내는 남편의 소중함을, 남편은 아내의 고마움을 간혹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의지가 되고 가까운 사이지만 너무나 친숙해서인지 그 만큼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래서 평등이라는 단어가 말처럼 쉽게 성립되지 않는 게 또한 부부사이다.
“몇 해 전 아내가 갑상선 수술을 받게 돼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절실하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저 가족의 건강, 그게 제일 중요하다”
“결혼한지 10년 쯤 됐을까? 서로 다툰 적이 있는데 남편이 결혼식 때 찍은 비디오를 보여줬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기도해줬는데, 그들 앞에서 잘 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론 싸움이 훨씬 줄었다”
그러면서 1년에 한 번씩 결혼식 비디오 꺼내 보는 것도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흔히 평등부부를 이야기할 때 가사노동 분담을 어떻게 하는 지를 묻곤 한다.
남편 이 씨는 “집안일은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다. 먼저 보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서로 바삐 살다보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여자일, 남자일 구분 없이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어렵게 시작한 봉사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결혼하기 전부터 성격이 활발하고 달란트가 많은 여자란 걸 알았다. 가정에서만 있어서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내 윤 씨는 “결혼해서 한 10년간은 서로 조율하는 시기라 생각하고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각자의 주장이 있는데 서로 잘잘못을 따지고 내 방식대로만 상대방을 평가하고 맞추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조언했다.
‘평등’이라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잣대로 평가할 것은 아닐 것이다. 상대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욕심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해나가는 이들 부부의 모습을 통해 어느 한 순간만이 아니라 평생 상대방의 개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경하고 협력해 나가는 지속적인 삶 자체가 평등부부의 삶이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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