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절규… “더 이상 비 안 오면 농사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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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절규… “더 이상 비 안 오면 농사 망친다”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2.06.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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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가뭄 피해 심각… 강우량·저수율 전년에 훨씬 못미쳐
농민들 “한계 상황”… 마늘 수확 시기 가뭄 피해 현실화 돼
가뭄대책 행정 집중… “실효성 있는 장기적인 대책 필요해”
지난 13일 광천읍 벽계리 소재 벽정저수지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모습.
지난 13일 광천읍 벽계리 소재 벽정저수지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모습.

극심한 가뭄 상황 속에서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는 지역 농민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민들이 “6월 말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어떠한 작물이든 버틸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가 6월 말이 아닌 7월 초에 시작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농민들의 마음까지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군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홍성지역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평균 128.5㎜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강우량인 340.2㎜에 비해 211.7㎜가량의 비가 덜 내린 것이다.

홍성군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저수지의 저수량 현황에서도 심각한 가뭄 상황을 보이고 있다. 군 전체 저수율은 2022년 6월 13일 기준 43%로 전년도 77%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평년 52%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지역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그 수치는 훨씬 심각하게 나타난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곡저수지는 기준일 49.5%, 전년 72.6%, 평년 57% △공리저수지 기준일 37.4%, 전년 63.3%, 평년 49.0% △대사저수지 기준일 60.1%, 전년 78.9%, 평년 56.0% △벽정저수지 기준일 15.4%, 전년 78.7%, 평년 55.0% △월암저수지 기준일 59.4%, 전년 74.3%, 평년 71.0% △장곡저수지 기준일 25.6%, 전년 76.8%, 평년 52.0% △천태저수지 기준일 51.5%, 전년 83.4%, 평년 57.0% △홍동저수지 기준일 48.5%, 전년 92.0%, 평년 53.0% △홍양저수지 기준일 32.3%, 전년 77.6%, 평년 40.0% 등 절반에 못 미치는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올해 가뭄에 따른 피해 상황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마늘 등 밭작물의 수확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피해가 점차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마면에서 홍성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양의진 씨는 “홍성마늘의 경우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일반 마늘의 경우 올해 초 냉해에 이어 가뭄과 병충해 피해가 계속되면서 더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해 마늘 작황이 좋지 않은데 가뭄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정용갑 군 친환경기술과 소득작물팀장은 “마늘의 경우에는 올해 초 냉해 피해를 입은 후 수확 직전 가뭄 피해까지 입었다”며 “뿌리에 피해를 주는 ‘응애’와 ‘가뭄’이 동시에 작용해 뿌리에 해를 입은 마늘이 강한 햇빛과 더운 날씨에 물을 흡수하지 못해 순식간에 말라버리는 피해가 많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 6월 중 뚜렷한 비 소식이 없어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가뭄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동면에서 친환경 농법 벼농사를 짓고 있는 주형로 씨는 “유기농업은 물이 제초제”라면서 “논에 물을 채워서 잡초가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제초의 기본인데 가뭄으로 논에 물이 마르게 된다면 제초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유기농업에서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못하면 손으로 직접 제초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반 관행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6월 말까지 비가 오지 않는다면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곳은 모가 말라버리는 가뭄피해가 예상된다”며 한탄했다.

이에 충남도는 지난달 31일 39억여 원의 긴급 예산을 투입해 가뭄 피해 예방에 나섰고, 홍성군은 이중 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 읍·면별 양수 설비, 살수차 구입 등 조치에 나섰다. 또한 지난 2일부터 결성양수장을 통해 서해안 가뭄이 심한 지역에 용수공급을 시작했다.

지난 3일에는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예비비를 투입해 관정 개발, 용·배수로 정비, 하천 굴착 등을 추진하기로 했고, 환경부는 댐 수문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도서·산간지역 식수난 해결을 위한 식수원 개발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 농민들과 군 관계자들은 관정의 사유화와 관정을 새로 구축했을 경우, 주변의 기존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게 되는 등의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이유로 관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지만 새로운 수원에 대한 별다른 대안이 없어 실효성 있는 장기적인 가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정훈 홍성군쌀전업농회장은 “물이 해마다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을 끌어오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라면서 “최근 빗물을 지하에 모아 두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처럼 매년 가뭄으로 고생하는 지역은 임시방편이 아닌 수원을 만드는 등의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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