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배려와 환대가 행복한 사회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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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배려와 환대가 행복한 사회를 구성한다”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6.1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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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구 청운대학교 영어과 교수

청운대학교가 개교한 지난 1995년 3월 1일 영어과 교수로 부임해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김상구 교수가 ‘신 없는 세계의 글쓰기’, ‘환상과 유토피아’에 이어 ‘정치와 삶의 에티카’라는 제목으로 새 책을 펴냈다. 김상구 교수는 청운대학교에서 대외협력처장, 인문사회과학대학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제임스 조이스를 주 전공으로 연구하며 인재 양성에 힘써왔다. 홍주신문은 오는 22일 새로운 저서 ‘정치와 삶의 에티카’ 출판 기념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김상구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편집자주>


지난 9일 청운대학교 연구실에서 본인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는 김상구 교수의 모습.
지난 9일 청운대학교 연구실에서 본인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는 김상구 교수의 모습.

올해 정년 앞두고 새 책 출간, 오는 22일 출판기념회 개최
“비난은 거두고 역지사지”, “글 쓰는 일 계속 하려합니다”

 

■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는?

함께 사는 세상에서,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취하고, 그 외의 것은 무시해 버리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소통을 시도해도 서로에 대한 입장만 재확인 하는 것에 그치기 쉽습니다.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 조금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환대가 필수라고 생각되고, 그 출발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예를 지키지 못하는 그 아랫단계의 사회가 불쾌감을 주는 자를 처벌하는 법치주의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저서 ‘정치와 삶의 에티카’에서 ‘에티카’는 바깥, 즉 외부로부터 강제로 부과된 도덕, 윤리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지켜내고자 하는 윤리를 말합니다. 이 단어는 스피노자의 《에티카》라는 책에서 차용해 와 새롭게 의미를 확장했습니다. 스스로 지켜야 할 내면적 윤리라는 적절한 우리말이 떠오르지 않아서였습니다. 일상의 삶과 정치에 있어서도 에티카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 책에서 인용했던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 1947~)은 《정치적 감정》이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부딪쳐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를 통해 우리의 정치적 감정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의견에 적극 동감합니다.

예를 들어 연극 작품이나 영화를 보고 그것을 관람한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가 훨씬 수월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에게 일어나는 비극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희랍비극과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사람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인지 백범도 《백범일지》에서 우리나라가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나라이기 보다는 문화강국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서로를 비난하는 손가락을 내려놓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서 ‘정치와 삶의 에티카’

■ ‘정치와 삶의 에티카’는 어떤 책인지?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석가모니와 예수, 공자가 이미 2000여 년 전에 말해놓았다고 하면서 그것을 기축시대(The Axial Age)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이 설파한 내용은 지금도 유용합니다. 사람들은 성경과 불경과 공자의 말씀을 읽고, 그들이 말한 대로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서로의 분쟁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폭력과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 책에서 정치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정치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테두리를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ere, 1940~)는 ‘정치(la politique)’와 ‘치안(police)’을 구분지어 설명했는데, 치안은 국가가 잘 돌아가게 하는 통치행위 일반을 의미합니다. 체제를 유지하고 정당화하는 행위가 치안의 기능이라고 말합니다.

정치는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자 몫이 없는 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치안의 작동에 교란을 가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정치는 권력행사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이 이 책의 밑면에 깔려있습니다. 그가 말한 치안을 정치라고 믿는 사람들은 정치의 개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면 이러한 생각들이 읽는 사람에게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동서고금의 선현(先賢)들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 책입니다.


■ 이 책의 저자로서 갖고 있는 철학은?
삶은 인연 따라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연이 모아지면 만남이 되고 인연이 흩어지면 이별이 됩니다. 사람은 서로 만나 서로 좋은 울림을 주어야 인연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선연(善緣)이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악연(惡緣)은 그 반대이겠지요. 선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합니다. 타인에게 의지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선연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에 인간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드라의 망’처럼 우리의 삶은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인연 따라 사는 것입니다. 인연 따라 만난 이웃을 내 몸처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기독교도 가르칩니다. 동학에서도 네가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사상을 강조합니다. 이웃을 무시하여 갈등을 일으키는 곳에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일으키는 그곳이 지옥입니다. 이 책에서 자주 인용했던 독일 철학자 칸트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고 했고, 하이데거도 숲을 이루는 나무 하나하나의 존재 가치에 방점을 둡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나를 둘러싸고 있다는 화엄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바 있습니다만, 행복에 이르는 길은 타인과의 관계에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도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도 《정치학》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 정년을 앞둔 소감은?
어! 하다 보니 세월이 유수와 같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정년을 맞이하면 ‘뭘 하지?’하는 불안감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합니다. 이제까지 한 일이라고는 책 읽고, 공부하고, 가르친 일 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가르치는 일은 정년을 맞이했으니 멈춰야 할 것이고, 그동안 미뤄뒀던 책들을 꼼꼼하게 읽어내며, 글 쓰는 일을 계속하려 합니다. 글을 잘 쓴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좋은 책을 쓰려고 에너지를 집중하려 합니다. 듬쑥한 책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많이 읽어 생각의 근육을 더 키워야 하고, 글쓰기 수준과 스타일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골프에서 멋진 샷을 날리기 위해서는 보기 좋은 스윙 폼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늘 점검해야 하듯 말입니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글쓰기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면 좋은 스윙을 할 수 없듯, 이제는 복잡한 생각들을 내 스타일로 정리하여 글 쓰는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까 합니다. 그동안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보답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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