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의 시작]홍성경찰서 학교폭력전담 장현정 경장

여성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는 여성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어젯밤 모기한테 물린 얼굴이 예쁘게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솔직하게 웃으며 첫인사를 건네는 홍성경찰서 장현정 경장(33), 그녀는 천상 여자였다.
서글서글한 미소와 경쾌한 목소리를 지닌 장 경장은 홍성여고를 졸업한 홍성토박이로서 남편 역시 홍성경찰서에서 같은 일을 하는 강력계 이상배 형사로 일명 경찰부부다.
원래 꿈이 경찰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단다. 행정학과 출신으로 공무원 준비를 하던 중 활동적인 성격이 잘 맞을 것 같아 경찰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지난 2005년 45대 1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너무 만족한다. 내 성격하고도 잘 맞고 약한 사람을 돕는 직업 중의 하나라 뭔가 옳은 일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나쁜 것을 없앤다는 보람도 있다. 이를 거창하게 표현하면 부패척결이랄까?”
장 경장은 학교전담 경찰이다. 예전에 학교폭력 담당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요즘에 이름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여경이 많아졌다지만 홍성경찰서는 160명 중 8명 정도로 조금 적은 편이다. 여자라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남자와 다른 타고난 신체적 문제이다. 강력사건 등에 여경이 투입되면 다른 남경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주변 동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동료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남자들이 못하는 부분, 여자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애썼다. 동료들에게 부담이나 짐이 되는 게 아니라 팀 구성에서 ‘장현정이 있는 게 낫다’고 인정해 줄 수 있도록 늘 노력한다”
세 살짜리 아들을 둔 장 경장은 친정부모님의 도움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여느 워킹맘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집안일을 병행하기란 사실 녹록치 않다. 특히 언제 사건이 터져 비상이 걸릴지도 모르는 경찰직에 있다 보니, 주변에서 다들 둘째를 가지라고 부추기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라고 털어놓는다.
“워킹맘의 비애랄까? 항상 고민이다. 하지만 남편이 우선적으로 이해를 해 준다. 친정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림없었을 것이다. 물론 일하는 며느리라고 시부모님께서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신다. 더불어 부부 경찰이라는 점에 완전 만족한다. 다만 봉급이 전부 공개되니 남편으로서는 아내와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게 불편할지도 모르겠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 경장은 지금 담당하는 학교폭력 관련 업무에 있어 자신이 결혼을 한,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 무척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내 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며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며 포용력 면에서도 기혼 아줌마 경찰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경찰서는 요즘 조직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갈취, 주취 등 5대 폭력을 척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학교마다 신고함을 설치했다. 의외로 학생들이 신고함 활용을 잘 한다. 사소한 것도 제보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아픈 마음을 털어놓고 의지하는 한 방편으로 삼는 것 같아 다행이다”
가해 학생과도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며 선도가 아닌 진심을 다해 소통하려고 한단다. 가해학생들은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조차 잘 모른다고, 악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이라는 게 장 경장의 주장이다.
“가해 학생들 가운데 조부모,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데 정에 굶주려 나쁜 짓을 일삼는다.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언니라 부르면서 서로 친한 건 친한 것이고 내가 웃는다고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저지르는 너희들의 잘못된 행동이 네 인생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온다는 것을 각인시킨다”고 설명했다.
전문 수사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지니며 하루하루 충실히 산다는 장 경장에게, 경찰을 꿈꾸는 후배 여성들을 위해 한 마디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활동적인 성향과 남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남자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므로 뒤처지지 않는 힘을 길러야 하겠지만 근력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여성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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