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먼저 신호를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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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먼저 신호를 지켜요
  • 유선자 시민기자
  • 승인 2012.08.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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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의 신호를 지켜 정상적으로 길을 건너는 행위를 당연한 것처럼 습관이 된 것은, 사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부터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처녀 적에는 초록색 신호에 조금이라도 빨리 건너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기도 했고 누갈 볼세라 아무데서나 무단횡단을 일삼았었다.

자녀가 한 명일 때도 체력이 된다 싶으면 아이를 안고 열심히 뛰어 다녔었는데 지난해 어린이집에서 실시한 ‘부모안전교육’을 받은 뒤로는 많이 바뀐 나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새부터인지 이제 여섯 살, 네 살 된 아이들에게 집을 나서기 전에는 늘 조심해서 길을 건널 것을 강조하고, 아이들과 외출이라도 할 땐 왼쪽엔 큰아이, 오른쪽엔 작은아이 손을 꼭 잡고 반드시 신호를 지키고 꼭 횡단보도 앞에서만 건넌다는 사실이다.

예전처럼 길을 빨리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서 달음박질은 하지 않는다. 여유있게 초록불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

우리 친정 동네에는 횡단보도가 없다. 그런 곳에서 차량을 만나면 우선 아이들은 겁에 질린 채로 마구달리기 일쑤다.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 잘 모르는 듯 그저 보호자를 향해 달리는 것이다.

두 아이를 교통안전에서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방안을 고안했다. 첫째, 양산 대신 모자를 씌운다. 둘째, 아이 혼자 길을 건너지 않도록 한다. 셋째, 항상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보면서 차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훈련을 시킨다. 넷째, 신호등의 신호는 항상 지킨다.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방법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며칠 전 여느 때처럼 홍주마트에서 일을 보고 신호등 앞 안전턱에서 아이들의 두 손을 꼬~옥 잡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때마침 세 명의 어른이 우리 앞을 지나 길 한가운데로 가고 있다. 어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마 한 가족인 듯한 일행은 한 아이는 엄마의 품에, 다른 한 아이는 이모가, 나머지 한 아이는 할머니가 맡기로 한 모양인지 어른 한 사람이 각자 아이 한 명씩을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이가 길 한가운데로 뛰어 가니,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다 양편으로 오가는 차량 때문에 길 한가운데 멈춰 서 버렸다. 바로 앞에 차가 지나가는데도 무심히 도로 한 복판에 아이를 데리고 서 있는 어른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찔하고 위험해 보이던지 화갈 날 뻔했다.

순간 큰 아이가 묻는다.
“빨간 불은 위험하다는 표시인데?”
“빨간 불인데 너도 저렇게 건너고 싶구나?”
“아니, 왜 어른들이 초록불을 안 기다리지?”

작은아이도 뭔가 알고 있는 듯,
“빨간불은 멈추고, 노란불은 천천히, 초록불에 건너야 하는데…”
“우리들은 잘 알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도 있나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물으니 작은 아이가 그들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큰 소리로
“초록불에 건너야 해요~”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벌써 건너편으로 가버렸고, 반대쪽에서도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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