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 속 노인들 건강, 정책적 대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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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 속 노인들 건강, 정책적 대안 필요하다
  • 김성수 시민기자
  • 승인 2012.08.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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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시민기자
엘리뇨 현상으로 인한 기온상승과 기후변화가 남의 나라, 남의 동네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올해 여름은 정말 뜨겁고 무더웠다. 매일같이 낮 기온과 열대야 기온이 최고를 경신했고, 역사에 없는 폭염특보가 10여일 넘게 발령됐다.

젊은 사람들은 산과 바다로 폭염을 피해 떠나고 아저씨, 아줌마 부대는 마트로, 은행으로 에어컨 곁으로 자연스럽게 몰렸다. 홍성 거리는 텅 비었고 차량 통행도 별로 없는 사막 같은 분위기였다.

택시를 몰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 보았다. 터미널, 역전, 시장 앞도 사람이 없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평소 단골이신 시골에 사시는 70대 후반 노부부였다.

“김 기사는 오늘 일하는가?”
“네, 어르신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일하면 마트에 가서 빨아 먹는 아이스크림 6000원어치만 사다 주게”
“어르신, 아이스크림 6000원어치 사서 가면 택시비가 8000원인데요”
“그래도 사다 주게. 할멈이 너무 더워하는 것 같아서…”

더위 때문에 힘들어 하는 할머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이스크림을 사다주는 것뿐이라는 할아버지의 애틋한 전화를 끊고 말없이 마트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시골로 달려갔다. 에어컨을 틀었어도 앞만 서늘하지 등과 엉덩이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젊은 나도 이렇게 힘겨운데 시골의 어르신들이 일사병, 열사병으로 쓰러진다는 것이 실감났다.

생각해보니 우리 홍성지역은 특히 면단위 시골에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고령의 노부부이고 아무도 없는 나홀로 어르신들이 태반이다. 점차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체적인 보편적 사회복지를 얘기하는 요즘, 고령의 시골 노인들이 폭염 특보 속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집 마루에서 아이스크림을 한 개 얻어먹으며 어르신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선풍기는 이미 온풍기였고, 땀이 줄줄 흘렀다. 어르신들은 벌써 며칠 째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이른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지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더위를 먹은 거 같다며 더욱 기운이 없어 보였다.

겨울이면 난방비가 지원되는 마을회관이라도 가신다는데, 여름엔 냉방이 잘 되는 어르신들의 쉼터 같은 장소를 꼭 만들어 드리는 것이 좋겠단 아쉬움이 들었다. 보건소 등을 통해 폭염 경보 속에 잃기 쉬운 건강을 체크하는 등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란 생각도 더불어 갖게 됐다.

한여름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섭취하고 햇볕을 막아주고 통풍, 환기가 필요하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는 걸 봤는데 어르신들에게도 자세히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지금의 이 무더위가 뒷걸음치듯 세월을 이기는 계절도 없고, 아무리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도 세월을 이기는 젊음은 더욱 없다.
노인들이 비록 젊은 사람들처럼 더위를 피해 놀고 즐기지는 못해도 이 폭염 속에 조금은 시원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 선거 때 어느 후보가 노인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과 건강 유지 등 노인들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을 위해 ‘노인복지청’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걸 보았다. 공약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실행되어 많은 노인들이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결국 노인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이 곧 우리 중년들의 미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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