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의 시작]에덴재가노인복지센터 김순옥 센터장
여성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는 여성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우후죽순 늘어나는 검증받지 않은 노인요양보호시설의 증가와 장기요양보험의 폐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홍성읍 현대아파트 상가 에덴재가노인복지센터 김순옥(47·갈산면 행산리) 센터장은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일부 요양보호시설 등에서의 노인학대 문제를 전부 그런 것처럼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해요. 특히 우리처럼 이런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권익과 복지증진 뿐만 아니라 퇴색돼 가는 경로사상을 바로 세우는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다.
재가노인시설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 씨는 뜻밖의 대답을 쏟아냈다.
“전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8년간 병상에 누워 있었어요. 2008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8년 동안 했던 간병이 제일 자신 있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게 됐죠. 현장으로 실습을 나가보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어르신들이 많았고 조금이라도 그분들을 돕고 싶어 지금의 남편과 함께 이 일에 뛰어 들었어요”
김 씨는 현재 재혼가정을 꾸려 새출발을 했다. 시종 밝고 쾌활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던 김 씨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2002년 전남편이 갑자기 길에서 쓰러져 8년이란 긴 세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면서 생활이 너무 어려워, 잠자리에 들 때면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어요.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죠. 차상위계층으로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 60여만 원과 약간의 보험금으로 병원비와 두 아이의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어요. 제도의 맹점이랄까요?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 소득이 생기면 수급자가 되지 못한대요. 물론 남편을 간호하느라 다른 일자리를 구할 여건도 안 됐지만 돈을 벌어 소득이 생겨서도 안 되는 모순된 제도는 빨리 시정돼야 할 것 같아요”
현장에 나가 보면 혼자 사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영세민이라고 한다. 자녀가 있다 해도 자녀 역시 어렵게 사는 경우가 태반이라 부모를 돌보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 있단다. 더군다나 치매 등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원활한 의사소통마저 어렵게 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 등 주위 사람들까지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생활을 도와 가정에 과도한 짐이 되는 것을 사회가 흡수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가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라며 정말 소중하고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게 김 씨의 말이다.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해보면 조금씩 거동은 할 수 있어도 설거지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수 없는 분들이 계세요. 요양보호사들은 간호사도 의사도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할 수는 없잖아요. 매일 하루 4시간씩 방문해서 밥, 빨래, 청소, 병원 모시고 가기 등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다 돌봐드리는 셈이지요”
얼마 전 이동목욕차를 새로 장만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 남편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적극적으로 아내를 돕고 있었다.
남편 성낙군(55) 씨는 “아내는 밝고 강한 여자로 매사에 긍정적입니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뭐라도 하나 했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씨는 비록 지금 살아가는 수단으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봉사를 위한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었다.
“10년 쯤 지나 수입이 없어도 되는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싶어요. 하루 3~4시간 파견나간다고 해서 노인복지가 해결될 문제가 아니더군요. 여유가 되지 않아 요양보호사도 부를 수 없는 그런 어르신들을 모셔다 돌봐드리고 싶어요”
끝으로 김 씨는 “거동이 불편하다고 해서 무조건 편하게 해주는 것이 노인을 위하는 길이 아닌 것 같아요”라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요양의 목적을 두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열정적이었다. 노인요양시설 운영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는 정부가 국민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아차려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인간다운 삶을 찾아드리기 위해 온 힘을 쏟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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