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3성,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의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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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3성,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의 땅에서
  • 서유정(홍성여고 2) 학생기자
  • 승인 2012.08.23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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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육은 기억에 대한 훈련과 영혼에 대한 세례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인생으로 하여금 강력한 신념과 행위를 갖도록 한다. 한 민족이 만약 역사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없다면 영원히 생명력을 잃게 된다”

이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후 체포되어 머무른 여순 감옥소에서 본 글귀이다. 처음 청산리 역사대장정을 떠날 때는 선언문을 낭독하면서도 이번 역사대장정에서 내가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돌아와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역사대장정이긴 하나 이국 땅 중국에 간다는 생각이 먼저였고 역사를 배우러 간다는 생각은 사실 뒷전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듣던 우리나라의 역사의 땅인 동북3성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역사대장정을 통해 그동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느끼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대성중학교에서 발생한 일이 역사와 내가 별개가 아님을 말해주는 첫 번째였다. 대성중학교는 현재 용정제일중학교로 명칭이 바뀐 곳이며, 윤동주 시비가 구관 앞에 세워져 있고 수많은 항일 공산주의자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한 곳이다.

그곳에서 청산리 역사대장정 대원들과 함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역사대장정임을 알리는 플랫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중국공안이 왔다. 중국공안이 플랫카드를 뺏으며 선생님과 그것을 두고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분명 이곳은 우리 조국의 역사이고, 우리는 그 땅에서 역사대장정을 하러 왔을 뿐인데 그것을 빌미로 가는 곳마다 따라오며 감시하고 플랫카드를 뺏어버린 것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황당했다.

그러나 중국공안에게 한마디도 못하는 것이 이곳은 중국. 즉, 이국땅이었다. 플랫카드를 빼앗길 때 보는 이들에게 역사대장정임을 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는데, 선생님께서 지난 번에는 태극기까지 뺏겼다는 말을 들으니 생각보다 중국이라는 곳에서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느끼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태극기도 마음껏 펴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펐다.

역사가 나와 별개임이 아님을 말해주는 두 번째는 전시관이었다. 분명 우리 민족의 역사이고 그것을 체험하러 왔는데 읽을 수 없다는 데서 큰 분노를 느꼈다. 자료 설명에 중국어, 영어 하다못해 일본어도 있는데 한국어가 없는 곳이 많았다.

특히 731부대에서 읽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장 컸다. 분명 731부대에서 수많은 독립투사들과 조선인들이 생체실험의 대상인 ‘마루타’로서 실험을 당하고 화장이 되었는데, 그것을 배우고 느끼러 왔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심지어 영상도 중국어로 나오고 자막으로 한국어도 해주지 않는 것을 보며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저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분명 우리의 역사이고 순국선열들을 생각한다면 읽고 느껴야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읽을 수 없기에 그러지 못한다는 것.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청산리 역사대장정을 통해 역사가 얼마나 나와 밀접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역사를 암기하는 과목이라고만 생각했던 마음이 죄송스러웠다. 역사를 알아야 우리의 역사, 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으로 고구려, 발해의 역사가 왜곡되고 있고, 안중근 의사가 묻힌 장소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독립이 되거든 조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지금까지 못 지키고 있다. 함께 청산리 역사대장정을 한 김종오 선생님께서는 항상 “아는 만큼 배우고 배운 만큼 느낀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번 역사대장정을 통해 중국에서 역사를 아는 것이 힘들고, 태극기도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국기를 소중히 생각하고, 역사를 암기하느라 힘든 과목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우리의 역사를 지켜내고, 옛 땅을 회복하기 위한 길로 새로이 생각해야 함을 느꼈다.

이제는 태극기 다는 날 반짝하고 순국선열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생각하며 조국을 잃는 등의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또한 김좌진 장군이 호명학교, 실험소학교 등 학교를 세워 후손들에게 신학문을 가르쳐 독립을 하려고 했던 것처럼 이제는 그 뜻을 이어받아 과거를 배우고, 그 과거를 지켜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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