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정이 벼, 백수피해 갈수록 확대 … 농민들 적극적 대처 촉구

홍성군의 백수피해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백수피해를 입은 전국의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는 등 태풍피해로 깊은 절망에 사로잡힌 가운데, 홍성군 서부·갈산면 농민들 역시 백수피해에 대한 홍성군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과 보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홍성군이 집계한 관내 백수피해 면적은 529건 975㏊에 이르고 있다. 국가보상을 위해 피해면적이 최종 확정되는 13일에는 현재보다 피해규모가 불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농가는 서부면이 338개 농가 1296필지로 가장 많고 갈산면 101개 농가 465필지, 결성면 67개 농가 215 필지 등의 순이다.
백수현상은 태풍에 동반된 해풍에 의해 출수기 상태의 벼에서 급격하게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하얗게 변색되는 것으로, 피해를 입은 벼를 수확할 경우 상품 가치가 없는 쭉정이가 될 확률이 높다.
현재로는 조사료나 보리를 재배한 후 모내기를 시행한 이모작 논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천수만A지구 논의 대부분은 벼가 완전히 여물기 직전에 염분피해를 입어 벼 이삭이 붉게 변해 있는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하얗게 마르면서 백수피해의 전형을 보여준다. 피해농가에서는 농경지에 물을 지속적으로 뿌려 주는 것 이외에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서 추수기 수확에 대한 기대를 가졌던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홍성군에 특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천수만 A지구에서 수만평의 땅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30여명은 지난 11일 홍성군청 농수산과를 항의 방문하고, “홍성군 전체 벼농사 면적에서 천수만 A지구 백수피해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고 해서 피해보상에 대해 타 지자체에 비해 미온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군수, 의장을 비롯해 홍성군 이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청을 찾은 서부·갈산면 농민들은 “천수만 AB지구에서 홍성군에 해당하는 부분이 극히 일부라지만 A지구에서 농민들에게는 그 구역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지자체에 비해 이렇다 할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군청 농수산과 관계자는 “피해 집계는 각 지역의 면사무소에서 국가 매뉴얼을 통해 산정하고 이를 전산화하고 있다”며, “날이 갈수록 백수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군에서도 피해면적 추산에 어느 때보다 정확성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0년 한반도를 무섭게 할퀴고 지나간 태풍 곤파스 당시에도 실제 피해면적에 비해 상당히 적은 규모로 피해면적이 추산됐다. 이 같은 문제가 행정착오로 밝혀지면서 피해농민들은 전적인 신뢰를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A지구에서 1만평 이상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복기황(40) 씨는 “타 지자체의 경우를 보면 시장, 군수, 의장들이 피해현장을 방문해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며 농심을 위안하고 나서는데, 홍성군은 절차대로 피해보상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렇다 할 동향이나 소식전달도 없다”며, “오죽 답답했으면 농민들이 떼로 군청까지 몰려 왔겠냐”고 토로했다.
복 씨의 논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조성남 씨는 “수확을 앞두고 벼들이 모두 쭉정이가 됐으니, 한 해 농사를 망쳤다”며, “나 같은 임대농가들은 올해 이자 내기도 막막하다. 내년 농사는 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 재해보험 실효성 ‘도마’
한편, 백수피해 보상과 관련해 재해보험에 가입한 피해농가들 사이에서 재해보험과 정부보상을 두고 저울질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태풍·우박 등 자연재해로 농작물이 피해를 볼 경우 보험가입 농가에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제도로, 국비·지방비에서 80%를 지원하고 농가는 20%를 부담하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농가의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건수는 7667건으로 전년 2641건에 비해 2.9배 증가했다. 또, 지난해 처음 도입된 벼 재해보험 가입건수가 5만3951건으로 전체의 51.5%를 차지했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시 자부담 20%를 제외하고 보험에 가입된 필지 당 피해면적을 추산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피해규모의 극히 일부분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피해농민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직접 지원은 1㏊당 220만원의 대체파종비용과 10만원의 농약대가 전부여서 농민 소득에 대한 직접 지불을 보장하는 재해보상법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때문에 농협재해보험을 해지하고라도 정부보상금을 수령하고자 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어 재해보험의 실효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홍성군 관계자는 “재해를 입은 상태에서 농협재해보험을 해지하고 바로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를 정확히 알고 판단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정확한 피해조사로 누락되는 농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긴급방제에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지난 11일 군청을 항의방문한 30여명의 서부·갈산 주민들은 2시간 가량에 걸쳐 담당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고, 곧이어 각 지역 농협면지부를 찾아 재해보험의 지급범위 확대를 건의한 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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