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도 주민등록이 있는 거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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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도 주민등록이 있는 거 아십니까?
  • 박종연 <홍성군청 민원지적과 지적팀장>
  • 승인 2023.03.09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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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민원지적과에 방문했을 때 전문 분야에서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지적팀’, ‘지적재조사팀’, ‘지적측량’ 등 ‘지적’이란 생소한 용어를 접하게 된다.

인간의 삶의 흔적은 주민등록, 가족관계 등의 서류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땅에도 저마다 지번, 지목, 면적, 이동 연혁 등을 기록·비치하고 있는 서류인 공부가 있는데 이를 ‘지적(地籍)’이라 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국가가 국토 전체를 필지 단위로 구획하여 토지에 대한 물리적 현황과 법적 권리관계 등을 등록·공시하고 변동 사항을 지속적으로 등록․관리하는 국가 제도이다. 한마디로 ‘지적’은 국토의 고유정보를 기록해 놓은 땅의 ‘주민등록’이라 할 수 있다.

홍성군에서 관리하는 지적공부는 24만 8659필지, 447㎢이며 그중 18만 9342필지는 사유지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지적제도의 발전은 인간이 토지를 대상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던 고대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직접적으로 지적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삼국시대부터 다양한 형태로 토지 현상에 대한 기록이 존재해 왔다.

조선시대 건국이념을 담은 《경국대전》에서는 “모든 전(田)을 6등급으로 구분하고 20년마다 개량(改量)하여 양안(量案)을 작성하고 호조와 도 및 읍에 비치한다”라고 돼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양안’은 오늘날의 지적공부의 개념과 같다. 근대의 지적제도는 일제가 조선총독부 임시토지조사국을 설치하고 토지조사령을 공포해 토지 수탈과 세금 징수 목적으로 1910년부터 1918년까지 수행된 ‘토지조사사업’과 1918년부터 1924년까지 수행된 ‘임야조사사업’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이때 만들어진 문서가 지적공부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렇듯 현재의 지적공부는 아득하고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에 토지조사사업으로 만들어진 토지대장, 지적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있다. 과거에는 땅에 대한 과세를 부과하기 위해 지적제도를 정비했고 현대에 와서는 토지의 정보를 수집해 효율적인 관리와 공유를 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 됐다.

이러한 지적제도는 발전과정에 따라 ‘세지적’, ‘법지적’, ‘다목적지적’으로 발전하게 됐는데 첫 번째 ‘세지적’은 토지에 대한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서 그 세액을 결정하는 가장 큰 목적으로 하며 세지적에서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은 필지에 대한 면적, 규모, 위치, 사용권, 규제사항 등의 정보를 포함해 토지를 평가하기 위한 기초 수단을 제공한다.

그 다음 ‘법지적’은 토지의 사유제가 정착되면서 과세는 물론 토지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고안됐으며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기 시작한 산업화 시대에 개발된 지적제도다. 각 필지의 경계점에 대한 위치를 정확하게 지적공부에 등록함으로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미치는 범위를 명확하게 확인함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마지막은 ‘다목적지적’으로 필지 단위로 토지와 관련된 기본 정보를 집약하고 지속적 이용·관리를 통해 토지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현대사회에서 개발된 지적제도다. 필지를 중심으로 토지의 물리적 현황과 다양한 법, 경제, 사회, 기타 정보 등을 한 필지에 수집·관리하고 상호 연계해 관련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공유하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지적’은 국가 구성 필수 조건인 영토의 일부이며 치국의 기본 요소이다. 그만큼 중요하기에 국가 고유의 사무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임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발전과 더불어 지적측량 기술의 수준 향상으로 GNSS측량, 드론항공측량의 발전 등 고정밀 측량 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세계측지계로의 좌표변환, 지적재조사사업 등 지적제도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적을 관리하는 홍성군 민원지적과 또한 군민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드론 활성화 등 신기술 도입에 앞장서고 선진화된 지적행정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군민 모두 관심을 갖고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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