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포스터 게시, 아쉬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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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포스터 게시, 아쉬운 현장?
  • 전만수 주민기자
  • 승인 2023.06.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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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홍성역에 서울에서 오는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들렸다가 아쉬운 현장을 목격했다. 홍성역에 내리는 승객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와 왼쪽 출구 쪽으로 돌아서는 오른쪽의 잘 보이는 곳에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장교 복장을 한 서양사람의 비주얼이었다. 6·25 한국전쟁 당시 미국 군인이었다. 그런데 옆에 좌측 일부가 포개진 채로 ‘2023년 5월의 독립운동가’ 포스터가 게시돼 있었다. 일본인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일본인이 독립운동가? 일제강점기 우리를 도와 독립운동을 한 일본인이 있었다니, 의외의 발견이었고 망외의 소득이었다. 한 사람은 여성으로 애국지사 박열 선생의 부인인 가네코 후미코 여사였고, 다른 한 사람은 후세 다쓰지라는 분이었다. 그분들의 활약상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크기가 큰 게시물이 그 두 사람의 내용을 일부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5월의 6·25전쟁 영웅’의 표제가 붙은 에밀 조세프 카폰 미국 군종장교(육군 대위)의 포스터였다. 어느 분이 더 소중하고 덜할 수 없는 우리에게는 고맙고 감사한 분들이다. 

6월은 보훈의 달이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의 일본과의 관계개선 외교를 둘러싸고 찬반 비슷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5월의 독립운동가’로 일본인 두 분을 선정한 것이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을 대하는 국민적 시각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머문  두 인물의 포스터였다. 

포스터를 게시한 일종의 스탠드 가림막 같은 장식의 폭이 좁은 것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의무적 게시로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해야 하는 관념이 작용했는지는 모른다. 늘 그래왔는데도 별 생각 없이, 기간만 지나면 새로운 포스터로 교체해 왔었을 수도 있다. 아찔했다. 많은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역사를 잊지 않고 보은을 기리려는 보훈 사업의 숭고한 뜻이 현장에서는 불편한 일로 현상화 돼 있다니…. 홍성역 근무자 누구 한 사람이라도 역사 인식에 대한 작은 생각이 있었더라면 게시대를 하나 더 세운다든지 적당한 다른 곳을 찾았더라면…. 주변을 살펴봤다. 분명 대안을 만들 수는 있는 공간이 있었다.

작은 배려일지는 모르나 내용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게시됐더라면 보는 많은 사람들은 감동을 얻었을 것이고 특히, 일본인 두 분의 역할을 느끼면서 일본을 좀 더 가까이할 수도 있는 포용의 마음이 넓어질 수도 있었을 기회라 생각한다. 

아마 지금은 6월의 인물이 게시돼 있을게다. 어느 분이 선정됐을까? 궁금해진다. 이번에는 어떻게 게시돼 있을까? 그러면서 다시 그런 우(愚)를 범하지 않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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