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언어구사력 입체분석

정치인의 정치력, 말과 행동에 있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에게 있어서 언어 즉 말은 그 사람의 정치력을 의미한다. 결국 정치인의 힘은 말과 행동에 있고 그 중에 말은 70% 이상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은 언어 구사력 즉 말은 정치인에게서 모든 것이다. 특히 대선 주자에게는 말이 곧 정책이자 국민과의 약속이 된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라 지지율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각 후보마다 쓰는 독특한 언어와 행동이 있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빅3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빅3 후보들의 언어를 분석해봤다.
박근혜, 말실수는 없지만 권위주의적이며 논리력은 떨어져
문재인, 정감 있지만 논리의 비약·모호성·부산사투리 약점
안철수, 소통 능력 있지만 논리적 구성과 취약·모호성 단점
언어라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무서운 존재이다. 특히 대선 주자에게 있어서 언어라는 것은 그 자신 모든 것이 된다. 말 한마디에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하락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선 주자에게 언어는 소중한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언어 능력은 과연 몇 점일까?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과 한겨레말글연구소에 의하면 박 후보는 48.75점, 문 후보는 56.75점, 안 후보는 61.25점으로 나타났다.
국어문장사 12명이 세 후보의 출마 선언과 후보 수락 연설을 분석·평가한 수치이다. 또한 ‘소통하는 언어’ ‘대중의 언어’ ‘논리적 언어’ ‘규범에 맞는 언어’ 네 가지를 잣대로 기준을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바탕으로 세 후보의 언어 능력 점수를 평가한 결과가 앞에 나온 점수다.
■ 박근혜, ‘단정적·권위적 표현 사용’
박근혜 후보는 권위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논리적 언어’ ‘소통하는 언어’로는 부적절하다고 평가가 나왔다. 박 후보는 “우리 경제를 정글이 아닌 공정한 시장으로 만들고, 누구나 기회 앞에 평등하고, 경쟁 앞에 안전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표현했는데 박종분 문장사의 분석에 의하면 맥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저의 삶은 대한민국입니다” 등 단정적·권위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문장을 짧게 구성하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다는 것. 즉, 박 후보의 언어를 살펴보면 제왕적, 권위적 표현이 잦다는 것이다. 거기에 논리적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낱말을 부정확하게 사용하고 문법을 자주 어겼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후보의 언어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이 ‘모호성’이다.
예를 든 것은 경제민주화 관련 발언이다. “정당한 기업 활동은 최대한 보장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지만”이라는 문장에서 정당한 기업 활동이 무엇이고, 불필요한 규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한 물타기 화법이나 제3자적 태도를 보인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지난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수락연설에서 “그동안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 아픈 곳을 보지 못하고, 삶을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면서 “그동안 한나라당과 우리 정치권 모두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해왔다.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더 큰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말해야 할 자리에서 책임을 자신 외의 다른 사람에게 분산시키거나 다른 집단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라는 것이라고 박종분 국어문장사는 꼬집었다. 즉, 집권 여당으로서 정치에 대한 책임을 언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모두를 싸잡아서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피해가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박 후보의 언어는 권위적 표현에 모호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짧으면서도 임팩트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 문재인, ‘논리적 구성 능력 떨어져’
문재인 후보는 논리적 구성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옥락 문장사의 분석에 의하면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멀리서 보려는 태도를 갖고 있으며 논리적 구성 능력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파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는데 두 사건의 인과관계를 꿰어 맞췄다는 것이다. 즉,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이명박 정부의 국정파탄과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자세하게 설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논리의 비약이 보였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협력적 성장, 생태적 성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 지속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이옥란 국어문장사는 포용적 성장, 창조적 성장, 협력적 성장, 생태적 성장에 대한 후보의 구체적 의미가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이 쉽게 와 닿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나열한 단어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 문을 열겠습니다”와 같이 ‘그’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방관자적 태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국민에게 자주 질문하는 방식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소통하려는 자세는 보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 후보의 또 다른 약점은 비표준 발음이다.
즉, 부산 사투리가 섞였다는 것이다. 부산 사투리의 억양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국민들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첫 번째’를 ‘첫 번채’로, ‘계획’을 ‘게헥’으로, ‘골목’을 ‘꼴목’ 등으로 잘못 발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 안철수, ‘막연하고 모호해’
안철수 후보는 논리적 언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 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체제와 가치가 충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거나 ‘체제’와 ‘체제’가 충돌해야 하는 것인데 ‘체제’와 ‘가치’가 충돌한다고 표현함으로써 논리적 언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막연하고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구어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어를 부정확하게 쓰거나 문장 구성을 부정확하게 하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또한 안 후보 역시 부산 출신이기 때문에 부산사투리가 섞이면서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럼에도 기존 정치권의 언어가 아닌 구어체를 사용함으로써 국민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 국어문장사들은 분석했다.
■ 빅3, ‘사과의 언어’는 과연?
국어문장사들은 대선 주자들의 ‘사과’의 언어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박근혜 후보는 과거사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호남 홀대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부동산 다운계약서에 대해 각각 사과를 했다. 이에 대해 국어문장사들은 문 후보나 안 후보는 사실대로 인정하고 직설적으로 사과를 했으며 다른 변명이나 부연설명이 없기 때문에 진실성에 의문 제기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 후보의 경우 과거사에 사과를 하면서 상당히 많은 수사를 동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정성이 없기 때문에 언어가 많이 왜곡됐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서는 사과의 대상을 국민과 역사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들로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즉,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만약 있었다면 국민과 역사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 당사자들로 사과 대상을 축소시킨 것이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박 후보가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감성적인 언어를 쓴 점도 사과의 진실성이 없는 증거로 지목됐다.
■ 어떤 언어가 필요한가?
이처럼 세 후보 모두 각자 특징적인 언어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언어의 성격은 유권자들에게 임팩트를 주고 있다. 어떤 언어의 성격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언어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어머니’의 언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 대선 주자가 사용해야 할 언어는 ‘어머니’의 언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언어는 권위주의적이고, 목표의식이 분명하다. 예컨대 미국발 경제위기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함께 이겨내자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언어 혹은 ‘어머니’의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아버지’의 언어를 선택했다. 서민들은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심정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미국발 경제위기가 닥쳤으니 조금만 버티자는 식으로 ‘아버지’의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자식이 힘들어서 아버지는 “뭐가 힘들어! 그냥 버텨” 혹은 “조금만 버티자. 그러면 좋은 세상 올 것이다”는 식으로 권위주의적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아버지의 언어를 사용했다. 이제 국민이 원하는 언어는 ‘어머니’의 언어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언어는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 입장에서 자식과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조금 힘들지만 조금만 버텨보자”는 목표를 끄집어내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아버지는 권위주의적이면서 직설적으로 목표에 도달하려고 한다. 반면, 어머니는 수평적이면서도 자식과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목표에 다가선다. 때문에 다소 시일이 지체할 수는 있지만 자식의 아픔은 치유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은 아버지의 언어에 지쳐있다. 따라서 차기 대권 주자들은 ‘어머니’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함께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목표 설정을 하고 국민과 함께 나가는 그런 언어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 하나에도 상당히 많은 것이 내포돼있다. 대선 주자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있다. 이는 캠프의 메시지 전달 팀들이 대선 주자를 제대로 보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대선 주자가 어떤 언어를 선택 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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