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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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월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3.08.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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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39〉
이납자 〈나무와 새〉 36×26㎝ 수성싸인펜.

지난주에는 닫혀있던 마을회관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나무들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사람들은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을 찾게 됩니다. 

소향리 1구 마을회관 안에는 향긋한 5월의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고 방안에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 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농촌의 마을회관은 어르신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요긴한 장소입니다.   

“거짓말 안 하고 중매하는 사람은 없지” 하는 어르신의 말씀 소리가 들려 말참견을 해보았습니다. “중대사에 거짓말하면 어쩐대요?” 하니 “옛날에는 다 그랬다”라고 합니다. 

말씀하시는 어르신도 “중매쟁이가 하는 말을 믿고 시집을 갔는데 가서 보니 달랐다. 논 닷 마지기가 있다 했는데 논은커녕 신랑이 광산에 다니더라. 광산이 큰비에 무너져 쫄쫄 굶었다. 사흘을 굶으니 남자는 눈이 뒤집어지더라. 보리쌀 한 말을 꾸어다 밥 해 먹고 살아났다”고 하셨습니다. 

“연애결혼이 다 뭐여?!” 어르신이 말씀을 이어 가셨습니다. 남자와 얘기하면 첫날밤에 쫓겨난다고 해서 남자 옆에는 가지도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시대는 남자가 쫓겨나지!” 듣고 있던 남성 어르신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맞받으셨습니다. 오랫동안 여성이 남성에게 당하고 산 결과라고 하십니다. 내 뒤에 앉아서 듣고 있던 여성 어르신도 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환갑날 짜장면 한 그릇도 못 얻어먹었어! 짜장면 먹으러 나가자니까 남편이라는 작자가 모퉁이 소리로 잘라버리더라니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 하셨습니다. 
모진 세월을 살아내신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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