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피해지원제도, 지금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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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피해지원제도, 지금 바꿔야 한다
  • 장재석<홍성군의회 부의장>
  • 승인 2023.09.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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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석면피해자는 6743명이며, 이중 충남이 2283명(33.9%), 그중에서도 홍성은 1120명(16.6%)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석면피해 지역이다.

또 전국 석면광산 38개 중 충남에 25개(66%), 그중 홍성에는 10개가 있다. 일제강점기 석면 공급이 필요했던 일본이 석면광산 개발을 통한 수탈이 있었던 아픈 역사가 있는 지역으로 석면의 위험성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석면광산은 멈췄지만,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호흡기 질환인 석면피해 질환의 잠복기는 최대 40년으로 오는 2045년경이 환자 발생 최고 시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피해주민들이 피해로 인한 어려움과 고통을 호소하고 도움을 구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석면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 등을 고민하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우선 석면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현재 개선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지역 내 관련 치료와 검사 시설을 마련하고, 석면피해자 건강관리 서비스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역 내 관련 의료시설이 없어, 피해자들이 석면질환과 관련된 검진이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천안 석면환경보건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석면피해자의 85% 이상이 70세 이상의 고령자 어르신들로,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 경우 수시로 타지역을 다녀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충청남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홍성의료원을 연계해 ‘석면피해자 건강관리 서비스 사업’을 추진, 석면피해 대상자 발굴과 방문검사 등을 통해 피해자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방문 횟수와 주기를 늘리고 치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해당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석면피해구제법 개정을 통해 피해 지역의 여건과 주민들의 현실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석면피해 주민들이 제도적으로 지원받기 위해선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지정한 석면환경보건센터에서 피해자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석면환경보건센터 지정병원이 되기 위해선 호흡기내과 전문의 2인 이상과 관련 치료 시설이 필요한데, 수도권·대도시가 아닌 이상에야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는 것이 현실이고, 질환 검사를 위한 장비가 있어도 법적으로 지정한 기관이 아니기에 결국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간병인이나 자식들을 통해 도시로 다녀와야 한다. 이에 석면환경보건센터의 지정기준을 호흡기내과 전문의 1인으로 완화하거나 역량 있는 일반내과 전문의 2인으로 완화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구제급여 개선도 필요하다. 석면피해자의 치료 및 건강검진을 위한 교통비 지원 항목과 투병과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간병비 지원항목을 신설하고, 석면폐질환 2급, 3급 피해인정자의 요향생활수당 지급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폐 질환 유사사례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경우 구제급여에 간병비가 포함돼 있는 반면 석면피해구제제도에는 포함 돼 있지 않으며, 석면폐질환의 경우 1급이든 2급이든 3급이든 석면폐질환으로 생업이 어렵거나 고통받는 것은 동일한 상황으로 현재의 급여 수준으로는 피해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셋째, 충남에 석면피해기록관을 건립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석면 피해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알려야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수탈 대상이었고, 이후에는 그 기능이 우수해 신의 물질이라고도 불리며, 석면 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었던 석면은, 이제는 굉장히 위험한 1급 발암물질로 인식이 되고 있다.

석면피해기록관 건립을 통해서 우리의 아픈 역사와 과거, 그리고 현재에 오기까지의 일들을 기록하고 보존해 석면 피해의 심각성을 후대에 계속 알리고, 단순히 기록만 하기보다는 석면피해홍보관, 역사기록전시관, 석면피해자를 위한 힐링센터와 체험관 등으로 구성된 복합시설을 충남에 건립할 필요가 있다.  이에 홍성군의회에서는 지난 2022년 9월 ‘석면피해구제제도 개선방안 정책연구회(연구대표 장재석 의원)’를 조직해 12월까지 석면피해자의 지원과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활동을 수행했으며, 올해에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충남도청, 홍성의료원, 도내 기초의회 등을 방문해 석면피해 주민들을 위한 제도 등 개선 활동을 위한 건의와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향후 충남에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홍성·보령·예산·청양 지역의 도의원들과 함께 제도 개선을 위한 상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환경부 방문과 국회의원 면담을 통해 석면피해구제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석면 피해 주민들을 위한 개선 활동들을 지속할 계획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피해주민들은 대다수가 어르신들이고, 지금 이 시점에 제도 등을 개선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면 그 어르신들은 적절한 지원과 치료 없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그 어르신들은 한때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산업 역군이었수도 있고, 그냥 광산 근처에서 밭과 논의 김을 매던 농사꾼이었을 수도 있으며, 동네에서 구슬치기하고 딱지치기하던 옆집 친구의 아버지나 어머니일 수도 있다. 그저 평범한 주민이었으나 석면 광산 근처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생명과 건강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그간 석면사용으로 인한 혜택을 공유한 국가와 지자체, 산업계에서는 마땅히 적절한 수준의 구제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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