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시인, 6시집 ‘아둔한 미련’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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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시인, 6시집 ‘아둔한 미련’ 발간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3.10.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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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5시집 발간 이후 19년 만에 새 시집 펴내

홍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충식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아둔한 미련(도서출판 문화의 힘)’을 펴냈다.

이 시집은 제1부 여름은 가고, 제2부 다시 봄날, 제3부 아둔한 고백, 제4부 생각지도 않은 일 등으로 엮어 펴내면서 70여 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공광규 시인의 ‘깊은 사유와 편안한 어법, 그리고 묘사의 절창’이란 해설을 달고 있다.

공광규 시인은 해설에서 “편안하고 정감넘치는 충청도 선배의 서정을 듣는 듯, 제재와 발성에서 지역적 친연성을 많이 느꼈다”며 “충청 지식인의 깊은 사유와 편안한 어법, 그리고 묘사의 절창이 속속 보이는 시집 속에는 ‘컴컴한 방에 틀어박혀/오만가지 수심으로 시를 끄적거리(저녁 식탁)’는 노년 시인 모습이 중후하고 아름답게 떠오른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최충식 시인은 시간을 견딘 낡은 대상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언제 봐도 그 가방이다
벗겨진 칠이 손때로 번들번들
무슨 세월이 그렇게 빠르다고 하면서
귀밑머리 희뜩희뜩
수없이 열었다 닫았다 하는 지퍼처럼
닳고 닳은 그녀도 유연하기 그지없다
한때 포화상태였던 것들이
우르르 빠져 나간 뒤 쭈글쭈글하지만
금세 회복되는 탄력이
어느 때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낡은 가방’ 부분


시인은 시를 통해 새롭고 비싼 가방보다 오래 사용해 익숙한 가방과 나이든 인물을 병치하면서 오래된 것에 대한 친숙은 가방과 귀밑머리가 희뜩희뜩한 인물은 동격이다. 낡은 가방과 머리카락이 흰 나이 든 인물을 중첩시킨다. 결국 시간은 오래된 가방과 같은 유연한 인물을 만든다는 게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도다.

가죽이 유연해진 오래 사용한 가방은 물건이 빠져나가면 훌쭉해졌다가 물건을 집어 넣으면 금세 회복된다. 오래된 사람은 낡은 가방과 같아 사물이든 인물이든 대상을 담고 내놓는데 유연하다. 상대의 말이나 세상에 대한 처세를 유연하게 한다.


저 건너에서는 일을 마치고
헤드레 불을 놓는지
마감이란 그렇게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든한 미련이 뒤를 잡는다
                      -‘일몰’ 부분


시 ‘일몰’은 저물어 가는 인생의 비유다. 날이 저물면 들판에서 농부들이 일을 마치고 허드레 불을 놓아 검불 등 불필요한 것들을 태워 없애 버리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흔적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맞는데, 일몰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도 무언가를 못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아둔한 자신을 비유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세상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생각이 아둔한 일이라는 성찰이다.

최충식 시인은 홍성에서 태어나 예산농전을 졸업한 이후 1988년 ‘시와 의식’지에 박재삼 시인의 추천으로 시단에 등단했다. 1985년 제1시집 ‘사랑과 고뇌’를 펴낸 후 제2시집 ‘달래강 노을’(1987), 제3시집 ‘은하의 뜰’(1989), 제4시집 ‘그리운 것을 더욱 그리워하면’(1993), 제5시집 ‘바닷가 노래방’(2004) 등을 펴낸 지 19년 만에 새 시집 ‘아둔한 미련’을 펴냈다.

최 시인은 그동안 홍주문학회장(1993), 국제펜한국본부 이사(2004), 국제펜한국본부 충남지역 회장(2005), 한국문인협회 이사(2004) 등을 지냈으며, 2007년 홍성도서관장으로 정년퇴임 했다. 2009년 충청남도 문화상과 대한민국 향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학신문 충남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홍성문예아카데미와 보령에세이아카데미에 출강하면서 홍주천년문학관 상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홍성군 은하면 은하로81번길 24의 전원 풍광 속에서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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