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의 노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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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쌍의 노부부 이야기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3.10.1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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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42〉
박석원 〈용봉산 악귀봉〉 36×26㎝ 수성싸인펜.

나와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한 어르신들 중에 기억나는 세 쌍의 노부부가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활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더러 계셨습니다. 한 세상을 오롯이 함께 걸어온 노부부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도 깊어 아름다웠습니다. 

박종인, 김향자 어르신 부부는 두 분 모두 몸이 편치 않으셨습니다.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몸 상태인데도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러 나오셔서 늘 웃으셨고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다 보니 아픈 것도 잊을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이 서로 격려하고 북돋우어 나중에는 훌륭한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 김종인 어르신은 부인 김향자 어르신이 칭찬을 들을 때마다 먹을 것을 사 오셔서 활동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부부는 이규성, 김옥자 어르신 부부입니다. 두 분은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셨고 지금도 두 분이서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이규성 어르신은 귀가 안 들려 슬퍼하고 계셨는데 김옥자 어르신은 이규성 어르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피셨습니다. 이규성 어르신이 당신보다 먼저 돌아가시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셔서 뭔 말씀인가 했는데 김옥자 어르신이 먼저 가면 이규성 어르신이 불쌍해진다는 측은지심의 말씀이셨습니다.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에 대한 애틋한 책임감이 느껴져 마음이 짠했습니다.   

세 번째로 이야기할 부부는 김춘복, 노영자 어르신 부부입니다. 노영자 어르신은 대장암수술을 한 환자였습니다. 늘 얼굴이 검은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김춘복 어르신은 밝게 웃으시다가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면 곧바로 눈물을 흘리곤 하셨습니다. 감성이 풍부한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암수술을 한 노영자 어르신보다 김춘복 어르신이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이 발견되었는데 이미 많이 커진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장례식을 마친 노영자 어르신이 마당에 나와 앉아 채소를 다듬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먼저 갈까 봐 그렇게 걱정을 하더니 나보다 먼저 가셨다오.” 김춘복 어르신이 남기신 그림을 보러 마을회관에 가 봐야겠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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