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의대 유치 마지막 기회” 사활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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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의대 유치 마지막 기회” 사활을 걸다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3.11.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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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필수의료 열악한 지역 국립의대 신설 답이 될 수 있다
충남, 국립공주대 의대 신설 “지역·필수의료 강화 이어질 것”
공주대 의대 설립 촉구 결의대회.

2025년부터 의대 정원확대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확대된 인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정하느냐’를 두고 그야말로 총성 없는 경쟁이 치열하다.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해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확실하게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기존 국립대 의대를 강화해 비효율적 의료 전달체계를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의대 정원확대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의대가 신설될 경우, 그만큼 국립대 의대 증원 가능성이 작아진다. 반대로 국립대 의대 인원을 증원하면 국립대나 사립대의 의대 신설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진다. 의대 신설을 놓고 국립대와 재정 여력이 충분한 사립대 간 총성 없는 전쟁이 곳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지는 이유다.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의 속내를 살펴보면 첫 번째 방식은 국립대 의대 신설을 꼽을 수 있다. 필수의료 공백이 심각한 지역에서 강력히 원하는 방식이자 지역의 선호도가 높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 예산투입이 필수적인 국립대냐, 재정 여건이 충분한 사립대냐의 문제를 떠나 의대 정원확대가 본격화되자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의대 신설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0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대 신설 수요가 있는 대학은 수도권에서 △인천대(인천), 충청권에서 △카이스트(대전)와 △공주대(충남), 전라권에서 △목포대(전남) △순천대(전남) △군산대(전북) 국립공공의대(전북), 경상권에서 △부경대(부산) △창원대(경남) △안동대(경북) △포항공대(경북) 등 총 11개 대학이다.

증설을 원하는 대학은 울산대와 충북대다. 의대가 없는 대학들은 대부분 의대 신설을 원하고 있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따라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사활을 거는 분위기인 이유다.

의대 신설이 지역·필수의료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뚜렷힌 것은 지역에서 의대를 나와 수련까지 마치면, 지역에서 의사 활동을 이어갈 확률이 훨씬 높단 연구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가 발간한 ‘의사의 지역근무 현황 및 유지방안 연구’를 보면, 의대 졸업지역이 지방광역시와 도 지역인 경우, 수도권인 경우보다 지방에 근무할 가능성이 각각 2.12배, 2.01배 높다.

전문의 수련지역이 지방광역시와 도 지역이면, 수도권인 경우보다 지방에 근무할 가능성은 각각 12.41배, 5.94배 높다. 의사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가 열악한 지역에 국립의대를 신설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근거이다.

2025년 대학 입시부터 늘어날 의과대학 정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배정은 모집 정원 50명 이하의 소규모 의대와 국립대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 늘어난 정원 배분은 기존 의대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확대에 대한 여야 의원 질의에 “전체 의대 중 정원 50명 이하가 17곳인데, 효율적으로 교육하려면 최소한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 얘기를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답변한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복지부가 전문가 의견을 근거로 대통령 보고를 했다는 것은 의대 증원에 있어 소규모 의대 정원확대를 우선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아주대, 가천대 등 10곳은 의대 정원이 40명, 강원대, 충북대, 인하대 등 7곳은 49명이다. 의대 정원을 80명으로 일괄 확대한다고 가정하면 증원 규모는 611명이다. 앞서 정부 에서 흘러나왔던 의대 증원 규모 시나리오 가운데 ‘500명 이상 증원에 가깝다’는 평가다. 반면 소규모 의대 증원만으로는 의사와 환자의 ‘수도권 블랙홀’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장관은 “복지부로 이관하는 국립대병원의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한 원칙”이라고 설명하지만 사립대 의대 정원 확대에 우려를 표명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는 “사립대라고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변했다. 17개 소규모 의대 가운데 국립대는 강원대, 제주대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립대이다.

정부가 1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 발표를 보류하고 공론화로 선회하면서 의정 충돌은 일단 피했지만,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힐 갈등 요소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증원 인원 지역별 배정과 맞물려 야권과 시민단체가 도입을 촉구해 온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대표적이다. 방법상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세금으로 의사를 양성해 일정 기간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 근무하게 하는 정책 방안인데, 의사들은 반(反)헌법적이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올라온 전국 단위 공공의대 법안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공공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사관학교처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의대에서 입학금과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 지역 의사를 양성하는 방안이다. 법안에는 신입생의 60% 이상을 지역 학생으로 선발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지정 의료기관에서 복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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