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헌신적인 노력으로 주민들에게 인정받아
50여 년 세월 속 변화한 마을, 북적이던 옛 시절 떠올리면 그리움만
올해를 끝으로 후배들에게 이장 자리 양보하기로 마을주민들과 약속
상하금마을의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한 새로운 접근과 전략 필요 제기
홍동면 금당리 상하금마을 토박이 유철동(84) 씨는 지난 1969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53년간 마을이장을 맡아오며 마을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왔다.
20대 초반 시절부터 마을 반장으로 활동하며 마을 어르신들의 신임을 얻기 시작한 그는 20대 중반 입대해 전역한 후 29살인 지난 1969년 처음 마을이장을 보기 시작했고, 이후 1982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장직을 맡고 있다.
“저희 15대 선조 때부터 상하금마을에서 사셨으니까 약 450년 정도 상하금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이장직은 1969년부터 10년간 맡았다가 중간에 3년 쉬었었고, 다시 1982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제 나이 29살 때부터 이장 일을 봤으니까 53년 정도 이장을 본 거 같네요.”
상하금마을 토박이인 유 이장은 장기간 마을을 이끌어오면서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마을주민들은 그의 리더십을 신뢰하며 계속해서 이장직을 수행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유 이장이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신뢰와 마을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이 주민들 사이에서 깊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유 이장은 상하금마을의 토박이로서 그리고 반세기가 넘도록 이장을 맡아온 이장으로서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저는 마을을 위해 이장직을 맡은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며 마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찾아 사업을 신청하거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곤 하죠. 늘 믿고 도움 주는 주민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해낼 수 있었어요.”
상하금마을은 예전에 ‘쇠울’이라 불렀는데, 쇠울은 ‘산이 마을을 울타리처럼 감싸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쇠울 마을 위쪽을 상금, 아래쪽을 하금 마을이라 했는데, 이 둘을 합쳐 ‘상하금마을’이라 지었다고 전해진다.

유 이장은 마을에 대해 설명하며 이장을 처음 맡았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60~70년대엔 마을에서 가을에 벼 한 말, 봄에는 보리 한 말을 걷어서 줬었어요. 마을에 우물도 하나였고, 면사무소 직원들도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타고 마을을 다녔죠. 그러니 사람 손이 얼마나 많이 가겠어요. 그때만 해도 이장이 마을 곳곳을 다니며 각종 세금을 걷곤 했어요. 리어카나 경운기도 보기 힘든 시기였죠. 비료도 각자 포대를 챙겨가면 저울에 달아서 나눠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지게에 짊어지고 가고 그랬던 시절이죠. 그러니 얼마나 일이 많았겠어요?”
유 이장이 처음 이장을 맡은 1969년 당시에는 60여 가구 360여 명의 주민이 이곳에서 살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떠나며 뚜렷해진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현재는 35여 가구, 80여 명의 주민만이 남아 있다.
그마저도 96세 어르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주민은 70~80대 어르신이고, 60대는 2명, 50대는 단 1명에 불과할 정도로 고령화가 뚜렷한 마을이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마을은 여름철 호우 대비를 위해 농로 길을 넓히고, 하천 둑 제방을 재정비하는 등 지속적으로 환경 개선을 실시해 왔다. 특히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홍성군의 지원 덕분에 마을이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상하금마을은 고령화된 주민들의 외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마을택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상하금마을 주민들은 홍성읍내는 물론 가까운 병원에도 큰 어려움 없이 방문하고 있다. 상하금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부터는 택시 요금이 3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하되면서 주민들의 외부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유 이장은 올해를 끝으로 후배들에게 마을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기도 했다. 그리고 마을주민들에게도 입장을 미리 알렸다.
“우리 상하금마을은 큰 축사가 하나 없는 청정한 마을입니다. 외지인들의 축사 건설이 추진될 때마다 주민들과 한마음으로 막았죠. 덕분에 우리 마을은 상수도를 사용하지 않고,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아서 마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가정이 많을 정도로 깨끗한 곳이에요. 이렇게 지켜낸 우리 마을을 후배들이 잘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철동 이장이 오랜 기간 동안 상하금마을을 위해 헌신해온 진정한 리더로서 앞으로 마을을 이끌어 갈 후배들의 열정에 그의 경험과 지혜를 보태 마을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며, 450년 선조의 삶의 터인 상하금마을이 청정마을로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