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서 40시간 동안 할머니 곁을 지키며 구해낸 감동 실화 담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1년 8월 25일 새벽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 송촌마을 근처에 쓰러져 있던 90세 할머니를 반려견 백구가 구해낸 실화의 사연이 한 권의 장편동화로 담아 책으로 출간됐다.
‘119명예 구조견 백구’라는 제목으로 펴낸 이 장편동화는 ‘한국아동문학’에서 ‘한국아동문학 동화선집·01’집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작가의 말에 이어 △산불 속에서 탈출 △떠돌이 신세로 시작해 △보름달 풍경으로 끝맺었다.
김정헌 작가의 글에 홍성 출신으로 청운대 크리에이티브디자인센터장인 청운대 패션디자인과 김기연 교수가 그림을 그렸다. 책 크기는 175×235㎜, 162쪽, 책값은 1만 5000원이다.
김정헌 작가는 ‘전 국민과 세계를 울린 떠돌이 백구’라는 작가의 말을 통해 “‘119 명예 구조견 백구’는 실화를 바탕으로 동화적인 상상력을 곁들인 장편동화입니다. 비록 동물이지만 할머니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한 백구 이야기를 많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백구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사랑 넘치는 훈훈한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쓴 김정헌 작가는 홍성 출신으로 공주교육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공부했다. 1987년 ‘아동문예’에 ‘돌부처의 웃음’이 당선돼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와 동화작가로 활동하며 ‘할머니와 누렁이’를 비롯해 ‘눈 먼 할머니네 식구들’ 등 15권의 동화집을 발간했으며, 지난 30여 년 동안 지역에 전해오는 전설과 민담 등을 발굴, 신문에 발표하고 책으로 엮는 일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이후 ‘내포구비문학연구소’를 설립, 동화 쓰기와 지역의 옛이야기 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아동문예작가상, 대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 김영일다람쥐문학상, 충남문학대상, 홍주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 한국 최초 ‘119 명예 구조견, 백구’의 사연
한국 최초 ‘119 명예 구조견, 백구’의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21년 8월 25일 아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서 90대 치매 할머니가 밤에 집을 나가 이틀 동안 실종이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새벽에 일어나보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한 사람은 김아무개 할머니의 딸 심금순(65) 씨였다고 한다. 경찰은 인근 농장의 폐쇄회로(CC) TV를 통해 김 할머니가 마을 밖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확인하고 수색에 나섰지만 26일 오전까지도 찾지 못했다.
정밀 수색에 나선 경찰은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투입했고, 드론이 하늘을 떠다니면서 탐지를 이어 가던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열화상 탐지용 드론이 보내준 영상에서 작은 생체 신호가 포착됐다고 한다. 김 할머니가 실종된 지 40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고 한다.
벼가 무성하게 자란 논 가장자리 물속에 김 할머니가 쓰러져 있었는데, 열화상 탐지용 드론이 김 할머니의 곁을 지키던 백구의 높은 체온을 감지해 낸 것이다. 당시 김 할머니는 물속에 있어서 체온이 크게 떨어져 생체 신호가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발견 당시 저체온증을 보인 김 할머니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건강을 회복했다.
경찰 관계자도 당시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90대 어르신이 40여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반려견 백구가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기견이던 백구는 당시 3년 전 큰 개에게 물려 어려움을 겪다가 김 할머니와 딸 심 씨에 의해 구조됐다고 한다. 이후 백구는 김 할머니 가족과 함께 살아왔고, 가족은 이 개를 그냥 ‘백구’라고 불렀다. 백구가 이름인 셈이었다. 백구는 유독 김 할머니를 잘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김 할머니의 딸인 심 씨는 당시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고맙다”면서 “앞으로 더 잘해줘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구’ 소방교 계급장 수여, 국내외 언론 주목
같은해 9월 충남소방본부는 백구를 전국 1호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하고 8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소방교 계급장을 수여했다. 국내에서 반려견을 명예 구조견으로 임명한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당시 홍성소방서는 “백구는 치매를 앓고 있는 90세 할머니가 길을 잃어 논둑에 쓰러진 뒤 하루가 넘도록 곁을 떠나지 않았다”며 “할머니의 생명을 구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해 명예 119구조견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한편, 90세 치매 할머니를 지켜낸 백구에 감탄하는 사연은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CNN,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주인의 목숨을 살린 견공이 한국 최초로 명예 구조견에 임명되다(‘The dog who saved the life of the owner was appointed as the first honorary rescue dog’)”라는 제목으로 백구 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CNN은 “백구 덕분에 할머니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용기 있는 4살짜리 백구를 통해 개와 사람이 왜 가장 친한 친구인지, 그 이유를 알았다”고 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백구가 실종 노인의 생명을 구하고, 한국 최초로 명예 구조견에 임명됐다”고도 보도했다. 미국 보스턴주의 지역언론 WCVB도 CNN 뉴스를 인용해 관련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홍성에서의 이러한 ‘백구’의 감동적인 사연이 국내외적으로 알려지면서 홍성읍 역재방죽 공원에 세워져 있는 ‘의견비’에 대한 사연도 또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성읍 홍성문화원 앞의 역재방죽 일대에서는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하고 숨진 ‘의견(義犬)’에 대한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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